4년을 기다린 월드컵, 예방 주사는 충분히 맞았다. 머리로는 전력 극대화를 꿈꾸면서도 가슴은 냉점함을 유지해야 한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치르는 튀니지와의 국내 마지막 평가전, 경계 대상 1호는 역시 부상이다. '건강한 홍명보호'로 미국 마이애미 비행기에 오르는게 튀니지전의 또 다른 목표다. 전역을 앞둔 '말년 병장'처럼 태극전사들도 몸가짐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미 홍명보 월드컵대표팀 감독은 최종엔트리 23명을 발표하면서 부상 변수에 철저히 대비했다. 다행히(?) 부상자가 일찍 발생했다. 희비는 엇갈렸다. 홍 감독은 5월 말까지 회복이 불가능한 박주호(마인츠) 대신 윤석영(QPR)을 선발했다. 반면 봉와직염 치료를 끝낸 박주영(왓포드)과 무릎 건염 통증을 느끼던 기성용(선덜랜드), 발목 부상 중인 김진수(알비렉스 니가타)를 최종엔트리에 포함시켰다.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이상의 부상 변수는 달갑지 않다. 부상자가 발생한다면 조직력을 최고의 무기로 삼는 홍명보호에 가해질 타격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23인 체제의 균열은 물론 팀 전체에 번지는 '부상 공포증'을 막을 방법이 없다.
마지막 관문이 평가전이다. 튀니지와의 국내 최종 모의고사를 앞둔 홍 감독은 "국내 마지막 평가전인만큼 승리해서 팬들에게 기쁨을 주고 떠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생각한다"며 승리를 다짐했다. 하지만 "부상 선수도 신경쓸 것"이라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월드컵에 앞서 열린 평가전에서 부상자가 발생한 전례가 있어 더욱 경계해야 한다. 4년전, 남아공월드컵 최종엔트리 발표직전에 치른 벨라루스와의 평가전(0대1 패)에서 곽태휘(알 힐랄)가 공중볼 경합 중 쓰러졌다. 2010년 5월 30일, 허정무호의 주전 중앙수비수 한 자리를 예약했던 곽태휘의 첫 월드컵 도전에 마침표가 찍혔다. 무릎 내측 인대가 파열됐다. 허정무 전 감독은 이정수(알 사드)-조용형(알 라이안) 조합으로 중앙 수비진을 운영했지만 4년이 지난 지금도 곽태휘의 부상 낙마를 가장 아쉬운 순간으로 꼽았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의 부상 악재는 더 컸다. 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중국과의 최종평가전(1대1 무)에서 공격수 황선홍(현 포항 감독)이 십자인대 부상으로 쓰러졌다. 6월 4일, 월드컵 본선 첫 경기를 불과 11일 앞두고 입은 부상이었다. 후폭풍이 컸다. 차범근호는 황선홍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1무2패의 성적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아픈 과거의 경험, 홍명보호가 교훈으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튀니지전의 또 다른 미션, 홍명보호가 '부상 제로'에 도전한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