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올 시즌 처음으로 경기 전 연습을 건너뛰는 강수를 동원했다. 그러나 효과는 미미했고, 패배를 피해가진 못했다. 타선 침체의 근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
롯데는 25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팀 훈련을 취소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최근 계속되고 있는 타격 부진의 원인이 선수들의 체력 저하에 있다고 판단한 김시진 감독이 휴식 처방을 내린 것이다. 김 감독은 전날 KIA와의 경기에서 단 2개의 안타로 1점밖에 뽑지 못하면서 1대4로 지고난 뒤 "선수들이 지쳐서인지 스윙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면서 25일 경기 전 훈련 취소를 예고한 바 있다.
김 감독의 말대로 이날 롯데 선수단은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경기 시작 1시간 전에야 야구장에 나왔다. 이어 타격 훈련과 수비 연습등을 모두 생략한 채 외야에서 스트레칭 훈련만 진행했다. 타격 부진의 원인이 체력 저하라면 훈련보다는 차라리 쉬는 게 나은 판단일 수 있다. 적장인 KIA 선동열 감독 역시도 "때로는 훈련을 쉬는 게 좋은 방법일 수 있다"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이날 롯데는 히메네스의 홈런을 포함해 6개의 안타로 5점을 뽑았지만, 결국 KIA에 5대7로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롯데는 이번 주 6경기에서 1승5패의 초라한 성적만 남기게 됐다. 삼성 라이온즈와의 주중 원정 3연전을 모두 내줬고, KIA에는 1승2패로 위닝시리즈를 헌납했다.
이같은 부진의 원인은 역시 타격 침체에 있다. 롯데는 이 6경기에서 평균 7안타에 3.5득점을 올렸다. 삼성과의 3경기에서는 각각 8안타(2득점)-13안타(5득점)-10안타(5득점)을 기록했고, KIA와의 주말 3연전에서는 3안타(3득점)-2안타(1득점)-6안타(5득점)에 그쳤다. 김 감독이 이례적인 '훈련 취소'를 명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반나절의 반짝 휴식이 큰 도움은 되지 못했다. 실제로 롯데는 25일 KIA전에서 7회까지 5안타-3득점으로 시원한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KIA 선발인 김진우 공략에 실패했다. 경기 막판 KIA 불펜투수의 난조를 틈타 히메네스가 2점 홈런을 터트리면서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켰지만, 전반적으로는 공격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
김시진 감독은 이날 경기에 진 뒤 "팬들에게 미안하고, 4일 휴식기 동안 잘 추스려서 다음 경기 때 좋은 모습 보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훈련 취소'의 강수가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을 받아들인 듯 한 소감이다.
롯데는 26일부터 4일간 휴식기를 보낸 뒤 30일부터 잠실에서 두산 베어스와 원정 3연전에 돌입한다. 통상적으로 시즌 중 휴식기는 타자들의 타격감을 떨어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롯데 타자들의 타격 부진이 체력 고갈에 따른 것이라면 휴식기는 긍정적인 전환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과연 롯데가 휴식기 이후 다시 타격감을 되찾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울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