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으로서는 최고의 예우고 예의였다.
사실 수원은 전력을 다하지 않아도 됐다. 리그 중간에 가지는 경기인 만큼 부상 위험도 있었다. 자칫 주력 선수라도 다치면 한 시즌을 힘들게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수원은 다했다. A대표팀에 나가있는 정성룡을 제외한 11명의 정예멤버를 선발로 내보냈다. 수원에서 나고 자란, 그리고 이제는 은퇴하는 박지성을 위한 최고의 예우였다. K-리그 명문팀다운 품격을 보여주었다. 동시에 K-리그 명문의 자존심이기도 했다. 정정당당하게 진검승부를 펼쳤다. 홈팬들을 위한 예의였다.
선수들도 함께 뛰기를 원했다. 원톱 정대세는 박지성 바라기다. 북한대표팀의 스트라이커로서 20009년 4월 서울에서 열린 2010년 남아공월드컵 예선 무대에서 박지성과 마주했다. 박지성의 기복없는 플레이에 반했다. 이후 박지성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인품에 매료됐다. 함께 선발출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쏟아내는 것이 자신의 영웅 박지성을 향한 예의였다. 선발 출전한 정대세는 전반 45분을 뛰었다. 비록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혼신의 힘을 다했다.
김두현과 염기훈 역시 박지성의 마지막 경기를 함께 했다. 둘은 A대표팀에서 함께 뛰며 승리의 기쁨을 많이 나누었다. 김두현은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염기훈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김두현은 후반 시작 전 교체아웃될 때까지 박지성과 마주하며 경기를 펼쳤다. 주장 완장을 찬 염기훈 역시 59분간 왼쪽과 오른쪽을 누비며 PSV선수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나머지 선수들 역시 친선경기라고 해서 허투루 경기를 펼치지 않았다. 특히 후반 6분 박지성이 교체아웃된 뒤에는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유럽 명문 PSV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겠다는 의지가 가득했다.
수원의 의지는 결실을 맺었다. 후반 26분 김대경의 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홈팬들도 수원에게 박수를 보냈다. 축구팬들의 가슴 속에 당당한 수원으로 남는 밤이었다. 수원=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