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7년전쯤 미즈노 아이언을 사용했다. 당시 미즈노는 MX시리즈로 대박을 쳤다. 단조 클럽은 '프로들만 사용하는 클럽, 어려운 클럽'이라는 종전까지의 고정관념을 한번에 무너뜨렸다. 당시 단조 클럽은 헤드 중앙에 정확하게 맞았을 때만 정확한 샷이 나왔다. 바꿔말하면 조금이라도 잘 못 맞으면 미스샷이 났다. 관용성이 크지 않았다. 그런데 미즈노가 단조 클럽임에도 불구하고 관용성을 살려내 만들어낸 '작품'이 바로 MX시리즈였다. '너의 아이언을 믿어라'라는 미즈노의 슬로건도 이때 만들어졌다. '착한 가격' 덕에 골프 용품 시장에서 손꼽히는 히트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이후 다른 용품사들이 아마추어 골퍼를 겨냥한 단조 아이언을 만들어낸 계기가 됐다.
요즘도 용품 구입과 관련해 조언을 구하는 주변 지인들에게 미즈노 아이언을 많이 추천한다. 그 이유는 클럽이 어렵지 않고, 단조 클럽의 손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2년전 사용하던 MX-300 모델을 교체했다. 다른 브랜드를 경험하고 싶은 마음에 미즈노 아이언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런데 '골프 IN&OUT 시즌 2'에서 미즈노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바로 2014 미즈노 'JPX EZ 포지드' 아이언과 'JPX EZ 드라이버'다.
한국미즈노가 보내온 캐디백엔 드라이버와 아이언(4번~PW, AW, SW) 9개가 들어 있었다. 우드와 유틸리티를 빼고 퍼터 한자루만 더 추가해서 필드로 나갔다. 골프장은 경기도 용인의 88컨트리클럽. 참고로 기자는 구력 15년에 평균 타수는 85타인 주말 골퍼다.
첫 홀(파4·360m)에서 드라이버를 잡았다. 그립에서 샤프트, 헤드까지 검정색. 여기에 헤드는 무광으로 처리했다. 남자들이 아주 좋아할 디자인이었다. 어드레스때 느낌도 편안했다. 헤드 로프트는 9.5도, 샤프트 강도는 S였다. 빈 스윙을 몇번하고 티샷을 했다. 처음 들리는 타구음은 경쾌했다. 살짝 고음이 들렸지만 기분 좋은 소리였다. 첫 홀 드라이버샷의 방향은 괜찮았다. 하지만 2~3번 홀에선 티샷이 왼쪽으로 살짝 감겼다. 원인을 생각했다. 평소 사용하는 드라이버(45인치)보다 0.5인치(45.5인치)가 길었다. 이를 감안해 다음 홀부터는 그립을 조금 짧게 잡았다. 영점이 맞았다. 이후 드라이버샷은 훨씬 좋은 방향성을 유지해 줬다.
아이언 터치감은 옛 명성 그대로였다. 단조 아이언의 감촉만큼은 미즈노가 최고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아이언 페이스에 공이 묻어 나는 느낌이 좋았다. 컨트롤샷이 가능했다. 우드와 유틸리티가 없어 남은 거리가 170m가 넘으면 무조건 4번 아이언을 잡았다. 롱아이언은 아이언중에 가장 치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어드레스때 작은 헤드 크기와 '식칼'처럼 보이는 낮은 로프트 때문이다. 그런데 JPX EZ 4번 아이언을 위에서 내려다 보면 헤드 뒷쪽이 두툼해 편안했다. 멀리 보낸다는 생각보다는 정확하게 맞힌다는 느낌으로 스윙을 했다. 4번 아이언도 단조감을 풍부하게 전달해 줬다.
옛 애인을 만난 것 처럼 마음이 편안했다. 여기에 예전 MX시리즈 아이언보다 훨씬 세련된 디자인을 자랑했다. 'JPX 모델은 시니어들이 선호한다'는 편견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웨지의 날카로움도 느낄 수 있었다. 러프에서 공을 빼내는 느낌이 탁월했다.
이날 기자는 드라이버 이외에 아이언으로 홀을 공략했다. 오히려 우드와 유틸리티가 없는 게 큰 도움이 됐다. 홀을 벗어나는 샷이 하나도 없었다. 스코어로 이어졌다. 5오버파 77타.
18홀 라운드가 끝난 뒤 캐디백에 꽂혀 있는 클럽들을 다시 한번 쳐다봤다. 요즘 유행하는 통신사 광고 카피가 생각났다. '잘 생겼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