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헤이, 헤이", "돌아서", "뒤에"….
파주NFC(국가대표팀 트레이닝 센터)가 다시 생기를 찾았다. 태극전사들의 목소리로 시끌벅적했다. 볼을 따내기 위한 거친 '절규'와 지키려는 '절규'가 교차했다.
홍명보 월드컵대표팀 감독에게 눈도장을 받기 위한 힘겨운 사투가 마침내 시작됐다. 2박3일간의 짧은 휴가를 마친 홍명보호가 21일 재시동을 걸었다. 더비 카운티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승격 플레이오프 결승전(24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각)을 앞둔 윤석영(QPR)을 제외하고 22명이 모였다.
이날 합류한 김진수(니가타)는 재활훈련을 했다. 6일 시미즈전에서 오른발목을 부상한 그는 "일본에서 부상 재활을 했고, 러닝도 완벽히 소화했다"며 "아직 통증이 좀 남아 있다. 하지만 대표팀에서 최고의 지원스태프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좀 더 치료하면 완벽해 질 것이다. 훈련 참가는 감독님이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18일 항저우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한 김영권(광저우 헝다)은 개인 훈련을 하며 컨디션을 조절했다. 17일 상하이 원정에서 오른허벅지를 다친 하대성(베이징 궈안)은 실내에서 치료를 받았다.
새 출발이었다. 긴장감이 고조됐다. 사흘 간의 쉼표를 고려, 강도는 높지 않았지만 19명이 1시간30분 동안 실전을 방불케하는 훈련을 소화했다. 오른무릎 슬개골과 정강이뼈를 이어주는 힘줄에 염증이 생긴 기성용(선덜랜드)도 깔끔하게 회복됐다. 오른쪽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이 일부 손상돼 조기 귀국한 박종우(광저우 부리)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홍명보 감독은 "3일 쉬고 와서 지구력적인 측면을 많이 고려했다. 볼을 만지면서 패스를 섞었다. 평균 패스 거리보다 길었다"며 "강도는 높지 않았다. 쉬고 와서 볼감각과 체력을 함께 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훈련 시간 외에도 불꽃이 튀었다. 오전에는 박주영(왓포드)이 약 1시간가량 홀로 러닝을 하며 체력을 끌어올렸다. 대표팀 훈련장과 다소 떨어진 다른 그라운드를 선택했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며 머릿속으로 그 날을 그렸다. 박주영은 "영국에 있을 때는 자주 뛰진 않았다. 오늘은 좀 많이 뛴 편"이라고 했다. 박주영의 러닝은 다른 선수들도 깨웠다. 박주영에 이어 이범영(부산)과 정성룡(수원) 황석호(히로시마) 김보경(카디프시티)이 차례로 그라운드로 나와 가볍게 몸을 풀었다.
이날 오후 훈련 후에는 손흥민(레버쿠젠)과 김신욱(울산)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등이 남아 '슈팅 자율 학습'을 하며 골감각을 끌어올렸다.
브라질월드컵을 향한 '총성없는 전쟁'이 막을 올렸다. 홍명보호 뿐이 아니다. 적들도 마찬가지다. 사상 첫 원정 8강 진출을 위해서는 1차적으로 넘어야 할 조별리그 상대인 벨기에와 러시아도 행보를 시작했다. 벨기에는 20일 헹크의 크리스털 스타디움에서 24명의 예비명단 선수들이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갔다. 마르크 빌모츠 감독은 첫 소집부터 일반 팬들에게 훈련장을 공개하는 여유 속에 팀 빌딩에 나섰다.
홍명보호의 첫 상대인 러시아는 21일 소집, 22일부터 훈련에 돌입한다. 16강 진출을 위해 반드시 꺾어야 할 알제리는 18일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알제리 감독은 25명을 호출했다. 첫 날 훈련에 13명만 참가해 소규모로 시작했고, 22일까지 나머지 12명 선수들이 차례로 합류할 예정이다. 파주=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