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으로 가득한 재미있는 축구 모델을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못찾았다.
그라운드의 콘텐츠인 축구로만 점수를 매겼다. 갈 길은 여전히 멀었다. 팬들을 사로잡을 재미와 수준이 부족했다.
디펜딩챔피언 포항이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총점은 74.5점에 불과했다. 학점으로 환산하면 C학점이었다. 스포츠조선은 2012년 한국 언론 사상 최초로 K-리그 16개 구단(올해 12개팀)의 운영 능력을 평가, 1위부터 16위까지 줄을 세웠다. 승강제 원년인 지난해에는 1부인 클래식 14개팀을 도마에 올려놓았다. 중간 점검에 이어 최종 평가를 실시했다.
올해 클래식은 12개팀으로 운영된다. 월드컵의 해다. 클래식은 18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전 일정으로 연기된 FC서울과 성남전을 끝으로 휴식기에 들어갔다. 클래식은 7월 5일 재개된다. 이후로는 쉼표가 없다.
올시즌은 12라운드가 흘렀다. 26라운드가 더 남았다. 3분의 1지점이지만 각 구단은 월드컵 휴식기을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전반기다. 한 달 넘는 기간동안 재충전과 전력 재편을 위한 '소리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시선을 축구에만 고정했다. 12개 구단의 전반기 축구 점수는 과연 몇 점일까. 10가지 항목으로 구분했다. 개막 전 목표 순위와 현재의 위치를 평가한 ▶목표 달성을 비롯해 ▶전술 완성도 ▶감독 용병술 ▶공격 축구 지수 ▶수비 축구 지수 ▶투자 대비 선수 활용도 ▶외국인 선수 능력 ▶페어플레이 지수 ▶흥미 지수 ▶발전 가능성 등을 종합, 평가했다. 항목당 10점 만점으로 스포츠조선 축구전문기자들의 난상토의 끝에 최대공약수를 도출했다.
각 팀 사령탑들은 개막전 이구동성으로 "축구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포항은 2패 뒤 10경기에서 8승1무1패를 기록하며 선두에 포진해 있다. 26차례나 골망을 흔들며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목표 달성, 전술 완성도, 공격 축구, 투자 대비 선수 활용도 등에서 9점 이상의 '고득점'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외국인 선수 능력'은 또 '0점'이었다. 외국인 선수의 영입은 구단의 자율이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 활용도를 평가에서 제외할 순 없다. 축구의 순혈주의는 이미 끝이 났다. 국내 선수들은 해외 진출을 꿈꾼다. 외국인 선수들도 K-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다. 글로벌 지수는 각국 리그의 경쟁력이다. 포항의 '쇄국'은 독이다.
포항은 9번째로 높은 벌점 27점을 받아 페어플레이 지수에서도 6점에 불과했다. 무더위가 시작되는 7월부터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선수층이 두텁지 못해 발전 가능성도 6점이었다.
겨울이적시장에서 대대적으로 전력을 보강한 전남은 이변의 주인공이었다. 수직 상승했다. 지난해 그룹B에서 힘겨운 세월을 보냈다. 올해 목표가 4강이다. 승점 20점(6승2무4패)으로 4위에 올라있다. 축구 점수 평가에서 71.5점을 기록, 2위를 차지했다. 반면 '절대 1강'으로 평가받은 전북은 기대를 밑돌았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포항에 덜미를 잡혀 16강에서 탈락했다. 클래식은 2위를 달리고 있지만 '닥공(닥치고 공격)'의 위력은 예전만 못했다. 71점으로 3위였다.
제주와 수원이 각각 70.5점, 69점으로 4, 5위에 올랐다. 제주는 투자 대비 선수 활용도, 수원은 흥미 지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두 팀은 페어플레이 지수에서도 9점 이상을 얻었다. 그러나 낙제를 겨우 모면한 점수라 온도 차는 있었다.
6, 7위는 FC서울(68점)과 울산(67점)이었다. 12라운드에서 성남을 꺾고 간신히 두자릿수 승점(12점)을 기록한 서울은 수비 축구 지수를 제외하고 전술 부분의 점수가 낮았다. 반면 페어플레이 지수에서 1위로 10점 만점을 받은 가운데 흥미 지수와 발전 가능성에서 호평을 받았다. 울산은 화려한 진용에도 불구하고 기복있는 팀 운용으로 불안감을 안겼다. 8~12위 부산(59.5점), 성남(57.5점), 경남(50.5점), 상주(48.5점), 인천(43.5점)은 F학점이었다.
전반기 클래식은 하향 평준화의 내리막이었다. 투자 위축은 이유가 되지 못한다. 팬들을 위한 재미있는 축구보다 성적지상주의에 함몰돼 허공을 맴돌았다. 모두가 위기를 느꼈지만 한 구단도 모델이 되지 못했다.
브라질월드컵 후 클래식이 다시 시작된다. 기회다. 그러나 팬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면 또 한번 좌절을 맛볼 수밖에 없다. 변화를 두려워하면 미래는 없다. K-리그에는 언제쯤 '꿈의 구단'이 탄생할까. 냉정한 자성이 절실하다. 스포츠조선의 평가는 계속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