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가 비뚤어진 것 같아요."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3연전 첫 경기가 열린 20일 광주 챔피언스필드. 홈팀 KIA의 훈련이 끝나갈 무렵 원정팀 LG 선수들이 훈련을 위해 경기장에 도착했다. LG 선수들이 챔피언스필드에 처음으로 발을 디디는 순간이었다.
LG 선수들에게 챔피언스필드는 TV에서만 보던 낯선 곳이었다. 개장 후 시범경기가 이곳에서 이어졌는데, LG는 KIA와 광주가 아닌 잠실에서 경기를 치렀다. 다른 구단들은 시범경기 도중, 그리고 종료 이후에도 KIA와 연습경기를 잡으려 애썼다. 실전을 한 번이라도 치러보고 정규시즌 경기에 임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하늘과 땅 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LG는 시범경기 일정과 KIA의 스케줄 때문에 연습경기 일정조차도 잡기 힘들었다. 챔피언스필드에서의 훈련, 경기 없이 실전을 막바로 치른 팀은 LG와 NC 뿐이다. NC는 연습경기를 위해 하루 일정으로 왔다가 비가 와 경기가 취소된 경우였다.
더욱 곤란했던 것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광주 지역에 비가 내렸다는 것이다. KIA 선수단의 훈련 시작 직전, 비가 그쳤다. 그라운드에 물이 흥건했다. 때문에 KIA 선수들은 캐치볼, 러닝 훈련 등만을 소화했다. 관례상, LG도 그라운드 훈련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가장 곤란한 선수들은 내야수들이었다. 펑고 한 번 받아보지 못하고 실전 경기에 나서야 했다. 그라운드 컨디션을 점검한 유지현 수비코치는 "육안으로 보기에는 깔끔해 보였는데 잔디 밑으로 땅이 울퉁불퉁한 곳이 많다"며 "다행히 비가 와서 흙이 매우 부드럽다. 그라운드 사정을 잘 모르면 불규칙 바운드 등에 대처하기가 어려운데, 다행히 오늘은 어려운 타구는 나오지 않을 땅 컨디션이다. 다만, 선수들이 조명 등 주변 환경에 적응을 할 시간이 조금은 필요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평소와 다른 선수들의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었다. 내야수들은 경기장에 들어오자마자 각자의 포지션 위치로 가 환경 적응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용택은 경기 시작을 앞두고 타석에 들어서 새로운 구장에서의 감을 잡았다. 특히, 투수들이 더욱 민감했다. 21일 선발로 내정된 우규민은 텅빈 마운드에 올라 이것저것 살피며 각도를 쟀다. 이날 경기 선발이었던 티포드가 우규민을 향해 "좋아? 좋아?"를 외치자 우규민이 직접 와보라며 손짓을 했다. 티포드는 직접 마운드로 뛰어가 이것저것 점검을 했다. 우규민은 "마운드 상태는 매우 좋다. 그런데 다른 구장과 비교해 투구판이 조금 비뚤어진 느낌이다. 포수 위치와 일직선이 되지 않는다"며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다. 우규민이 구장 관리자에게 보조 플레이트 교체를 건의하자 곧바로 작업이 진행되는 광경도 목격할 수 있었다.
다행히 LG 선수들은 눈에 띄는 큰 실수 없이 챔피언스필드 첫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4일을 쉬고 경기를 해 초반 타격감을 찾지 못했지만, 경기 감각을 회복하며 챔피언스 필드에 적응하며 활발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불펜의 난조가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광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