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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본선행'지소연-女대표팀의 투혼,가슴 짠한 손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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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투성이 지소연의 손.'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 중국전, 대한민국 여자선수들은 그 어느때보다 절실했다. 4강 진출을 확정했고, 12년만의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냈지만, 그자리에 멈춰설 뜻은 추호도 없었다. 2003년 대회 3위를 넘어 역대 최고 성적 목표를 목표 삼았다. 경기 직전 조1위로 올라야, 준결승전이 TV로 생중계된다는 소식이 선수단에 전해졌다. '캡틴' 조소현(현대제철)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썼다. "조2위로 올라가게 되면 녹화중계를 한다네요. 왜일까요? 아무리 그래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경기인데. 아직 멀고도 멀지만, 생방송이 되든 안되든 그런 것 상관없이 죽도록 뛰고 오겠습니다!" 그리고 죽도록 뛴 선수들은 보란듯이 조1위로 준결승에 올랐다.

'아시안컵 8회 우승국' 강호 중국을 상대로 승리하고자 하는 의지는 그 어느때보다 강했다. 아시안컵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지소연 역시 누구보다 절실했다. 소속팀 첼시레이디스와의 합의에 따라 조별예선3경기만 뛰게 됐다. 자신의 아시안컵 마지막 경기에서 혼신의 힘을 다했다.

사실 몸상태는 '베스트'가 아니었다. 베트남에 오기 전 잉글랜드 슈퍼리그에서의 마지막 경기 역시 격렬했다. 아스널과의 FA컵 준결승(3대5 패 )에서 선제골을 터뜨리며 분전했다. 태클을 하다 상대의 발에 팔꿈치를 가격당하며 부상했다. 반깁스를 한 채 베트남행 비행기에 올랐다. 지소연은 조별예선 전경기에서 팔꿈치에 테이핑을 하고 나섰다. 미얀마(12대0 승)-태국전(4대0 승)에서 2경기 연속 선제골을 터뜨리며 대승을 이끌었다. 섭씨 35도를 오르내리는 무덥고 습한 날씨에 이틀에 한번꼴로 열리는 경기, 부상 부위는 욱씬거렸고, 피로도는 쌓여갔다. 팔다리 곳곳에 피멍이 맺혔다. 그러나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중국전 후반 26분 지소연은 중국 수비수 리자우에와 공중볼을 다투다 머리를 부딪치며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들것에 실려나갔지만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투혼을 발휘했다. 잉글랜드에서 다친 팔꿈치를 부여잡은 채 다시 그라운드에 섰다. 득점없이 비긴 후 조1위에도 불구하고 "너무 아쉽다"는 말을 반복했다.

베트남 현지에서 응원중인 여자축구 열혈 서포터 김형욱씨가 직접 찍은 사진에는 이 악물고, 몸사리지 않은 '혈투'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났다. 김씨는 "우리선수들 정말 대단하다. 차이고 넘어지고 멍들고 테이핑하고… 죽어라 뛰면서도 늘 '괜찮다'고만 한다. 팀워크도 최강이다. 미얀마와의 1차전(12대0 승)때는 공격수 전부 득점하자고 페널티킥, 프리킥을 골고루 나눠찼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전 직후 보내온 지소연의 손 사진은 짠했다. 손바닥, 손가락 마디마디 성한 곳이 없었다. 20일 밤 비행기로 잉글랜드 리그에 복귀 예정이던 지소연은 일정을 22일 오전으로 연기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약간의 뇌진탕 및 구토 증세를 보임에 따라 팀닥터의 소견에 따라 소속팀과 협의 후 복귀 일정을 하루 반 뒤로 미뤘다"고 밝혔다. 우려의 목소리에 지소연은 여전히 "괜찮아요"라며 씩씩하게 웃었다. 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