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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차 술술 풀리는 NC 에릭, 한국형 외인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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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닝이터란 평가? 내 야구 철학과 맞아 기분 좋다."

NC 에릭은 지난해 선발투수 평균 투구이닝 1위(6⅔이닝)였다. 나왔다 하면 쉽게 7이닝 가까이 공을 던졌다. 불펜이 약한 NC가 원했던, 최대한 긴 이닝을 막아줄 수 있는 그런 투수였다.

올시즌에도 이닝소화력은 여전하다. 투구이닝 3위(57⅔이닝)에 평균 투구이닝 5위(6⅓이닝)다. 한국무대 2년차, 징크스보다는 적응으로 인한 여유가 돋보인다.

에릭은 독특한 투구폼을 갖고 있다. 투구시 왼 다리를 앞으로 내딛는 과정에서 한 번 멈추는 동작이 있다. 한국무대 데뷔 후 많은 어필을 받기도 했지만, 멈추는 타이밍이 일정해 심판진으로부터 투구폼을 인정받았다. 더이상 이중동작 논란은 없다.

왼 다리를 한 번 멈췄다 내딛기에 타자 입장에선 다른 투수들과 달리 타이밍을 잡기 어렵다. 특히 타격시에 발을 들어 타이밍을 맞추는 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한다. 2년째 보고 있음에도 "아직도 타이밍을 못 맞추겠다"고 호소하는 타자들이 많다.

에릭은 메이저리그에서 이렇다 할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9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4.00을 기록했을 뿐이다. 에릭은 마이너리그에서 그저 그런 투수로 남는 대신, 한국행을 선택했다. 새로운 도전이었다.

지난해엔 고작 4승(11패)에 그쳤다. 하지만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평균자책점 3.63으로 선방했다. 많은 이닝을 투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게다가 에릭은 지난해 한국에서 딸을 얻었다. 보통의 외국인선수들은 아내가 출산할 때 미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있지만, 에릭은 팀에 해를 끼칠 수 없다며 아내를 설득해 한국에서 출산했다. 팀이 고민없이 에릭과 재계약한 이유다. 한국무대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의지가 누구보다 강하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도 인상적이다.

가족이 생긴 에릭은 2년차 시즌에 승승장구하고 있다. 승운이 없던 지난해와 달리, 20일 SK전에서 승리투수가 되면서 이날까지 4승(무패) 평균자책점 3.43을 기록중이다.

에릭은 이닝이터란 평가에 감사한다고 말한다. 그는 "내 야구 철학이 맞아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선발투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최대한 남아 잘 던지면서 팀 승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선발이 7,8,9회에 던지고 있다면, 앞서거나 동점 상황 아닌가. 팀이 이길 확률이 높다는 말"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인 외국인선수와 달리, 팀을 우선시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그의 이름에서 '팀'이란 단어가 계속 해서 등장했다. NC의 일원이라는 생각이 강해보였다.

에릭의 장점은 공격적이면서도 효율적인 피칭이다. 커브볼러로 투구 패턴이 단조로울 수 있지만, 볼끝의 변화가 심한 투심패스트볼을 효과적으로 구사하면서 투구수를 아낀다. 하지만 도망가는 피칭을 하기 보다는 빠른 카운트에 승부하는 걸 즐기는 편이다. 그 역시 "항상 공격적으로 던지겠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투구 스타일을 설명했다.

에릭은 시즌 초 코칭스태프로부터 인터벌이 지나치게 길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에 비해 마운드에서 생각이 많아 보였다. 짧은 인터벌로 공격적인 피칭을 펼치던 장점이 사라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에릭은 코칭스태프의 조언에 곧바로 자신의 장점을 되찾았다. 그는 이에 대해 "리듬을 타기 위해 조절을 하는 부분이 있다. 직구 제구가 잡히고, 변화구도 좋아지는 등 그런 걸 만들어간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구위가 올라오고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올시즌을 마치면, NC의 외국인투수 중 한 명은 팀을 떠나야 한다. 에릭 역시 매경기 절실함 속에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팀을 위하는 마음이나 현재까지의 모습만으로 보면, 에릭만한 외인투수도 없지 않을까.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