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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나지완, 100홈런으로 입증한 '4번타자'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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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타순의 '4번 타자'. 분명히 아무에게나 허락되는 자리는 아니다. 선수들은 가끔 "그냥 네 번째로 타석에 나오는 타자"라며 담담하게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과도한 관심과 이로인한 타석에서의 부담감을 피하기 위한 예의상 발언일 뿐. '4번 타자'의 역할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

압도적인 힘과 더불어 중요한 순간에 팀에 도움이 되는 타격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선수가 진짜 '4번'의 자격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개인의 역량 못지 않게, 책임감도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KIA 타이거즈 나지완은 올시즌, 확실하게 '4번타자'의 자격을 갖췄음을 입증하고 있다. 단순히 기록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매 타석 '마지막'이라는 각오를 다지며 임하고있기 때문이다.

사실 스프링캠프나 시즌 초반의 나지완은 마음 속에 '아시안게임'을 상당히 담아두고 있었다. 군 입대를 앞둔 나지완에게 아시안게임 대표팀 합류와 금메달 획득을 통한 군문제 해결은 매우 중요한 이슈였다. 그래서 더 뛰어난 실력을 보여서 당당히 대표팀에 합류해 국가에 이바지하고, 개인적인 문제도 해결하고 싶다는 열망이 컸다.

하지만 지금의 나지완은 그런 걸 잊은 지 오래다. 나중의 일보다 당장 지금의 한 타석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먼 미래의 일보다 지금 당장 팀에 기여할 수 있는 '진짜 4번'이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런 심경의 변화는 기록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20일 현재 나지완의 성적은 38경기 출전, 타율 3할2푼1리(137타수 44안타) 6홈런 29타점. 나무랄 데 없는 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시즌 초반의 나지완은 상당히 오랜 기간 실력 발휘를 하지 못했다. 4월 30일까지 24경기에서의 타율은 2할3푼8리에 머물러 있었다. 홈런도 고작 2개 뿐이었다. 그러나 5월 들어 나지완의 기록은 수직 상승한다. 5월에 치른 14경기에서 4할5푼3리의 타율에 4홈런 18타점을 쓸어담았다. 이런 괄목할 만한 상승세 덕분에 시즌 타율도 3할대에 진입한 것이다.

기술적으로 '4월의 나지완'과 '5월의 나지완'이 달라진 건 없다. 이미 나지완은 기술에 관해서라면 어느 정도 완성에 이른 경력의 선수다. 미세한 자세나 타이밍은 조절할 수 있지만, 시즌 중에 근본적으로 기술의 변화나 보완은 이뤄지기 힘들다. 결국 이렇게 나지완이 달라질 수 있던 비결은 타석에 들어설 때의 각오와 자신감에서 찾을 수 있다.

나지완의 시즌 초반 부진은 과도한 부담감 탓이다. 나지완은 잘 하고 싶어했다. 팀의 4번이자 아시안게임 대표팀 후보로서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주겠다는 각오가 컸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타석에서 너무 적극적이었다. 삼진을 많이 당했다. 팔꿈치 상태도 좋지 않았다. 결국 정확도는 계속 떨어졌다.

그러나 KIA 선동열 감독은 계속 나지완에게 기회를 줬다. 그만한 4번타자감이 없었다. 나지완도 부진의 원인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던 끝에 결국 '마음가짐'에서 해답을 발견했다. 그 결실이 드러난 것이 5월 9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이다. 9회초 극적인 역전 2점포를 터트리면서 '해결사'의 면모를 보이더니 다음날 경기에서도 1회 결승 3점포를 폭발시키는 위력을 과시했다. '진짜 4번'의 자격이 무엇인지 보여준 것이다. 20일 광주 LG전에서 경기 막판인 8회에 날린 쐐기 1점 홈런은 나지완이 이제 흔들림없는 경지에 올라섰다는 것을 입증한 장면이다. 이는 나지완의 통산 100번째 홈런이다. 세 자릿수 홈런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기록이 아니다. 이제 나지완은 자타공인 '홈런 타자'의 기준선을 돌파했다. 부담감을 털어내고, 상대팀에 위협이 되는 '4번타자'로 거듭난 나지완의 활약. KIA는 이 덕분에 4강 진입의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