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사구 두 번이 상대 KIA에 도움이 되는 꼴이 됐다."
20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와의 경기를 지켜본 한 야구 관계자가 내뱉은 말이다. 경기 수준 여부를 떠나, 양팀의 활발한 타격전을 펼치며 엎치락 뒷치락해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을 즐겁게 했다. 결국, 경기는 홈런포 4방을 앞세운 KIA의 10대7 승리였는데, 경기 막판인 7회와 8회 타선의 집중력이 매우 좋았던 KIA가 어렵게 승리를 챙기며 연패에서 탈출했다.
이날 경기의 숨은 승부처는 바로 LG 덕아웃이 두 번의 고의사구 작전을 펼칠 때였다. 문제는 두 차례 모두 누가 봐도 납득할 만한 평범한 고의사구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고교야구에서는 나올 법한 극단적인 모험이 가미된 선택이었는데, 결과는 최악이었다.
먼저 1-1로 맞서던 5회말 수비. 선두 이대형에게 볼넷을 내준 뒤 박기남을 잡아내 1사 2루가 됐다. 타석에는 외국인 타자 필이 들어섰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양상문 감독은 필에게 고의사구를 지시했다.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선택이었다. LG 선발 티포드는 2회 신종길에게 불의의 선제 솔로포를 내줬지만 괜찮은 투구를 하고 있었다. 필이 앞선 두 타석에서 안타를 뽑아냈다고 하지만, 구위를 봤을 때 단타는 나와도 장타가 나올 확률은 높지 않았다. 경기 중반 리드를 지키는 것도 아니고, 동점 상황에서 1점을 주지 않기 위해 필을 거르는 선택을 한 것이다. 그 다음 타자들이 하위 타순이라면 모르겠다. 다음 타자는 4번 나지완이었다. 아무리 앞 타자의 감이 좋다지만 한 팀의 4번타자는 괜히 4번타자가 아니다. 경기 중반 상대에 대량 득점 기회를 제공하는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나지완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한 티포드는 흔들렸고, 이어진 상황에서 신종길의 기습번트 타구 처리에 실패하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양 감독은 여기서 정현욱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결과는 이범호의 만루포였다. 사실상 경기가 KIA쪽으로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KIA 불펜진의 부진으로 LG는 대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7회말 다시 한 번 위기를 맞았다. 바뀐 투수 김선규가 1사 1, 3루 위기를 만들고 유원상과 바통 터치를 했다. 유원상은 신종길의 도루로 2, 3루가 됐지만 침착하게 승부를 펼치며 만루포를 때려낸 이범호를 1루 파울플라이로 처리했다. 다음 타석은 안치홍. 양 감독은 여기서 또 한 번 이해할 수 없는 고의사구 작전을 꺼내들었다. 안치홍을 걸렀다. 승부의 흐름이 있다. 어려운 타자 이범호를 유원상이 파울 플라이로 잡아냈을 때 분위기가 LG쪽으로 넘어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투수가 자신감을 얻고 이어 등장하는 타자는 부담을 갖는다. 하지만 자신에게 온 고의사구 지시는 힘을 빠지게 한다. 다음 타자가 8번 고영우임을 감안했다면, 이는 어처구니 없는 선택이었다. KIA 덕아웃에는 이종환, 김주형 등 대타 요원들이 차고 넘쳤었다. 고영우의 유격수 포지션을 대체할 대수비 강한울도 대기중이었다.
투수 운용도 아쉬웠다. KIA가 좌타자 이종환을 내세웠을 때 유원상을 밀고나갔다. 좌-우 반대 투입 여부를 떠나 구위가 가장 좋기에 유원상을 밀고나갔다고 하면 이에 대해서는 감독의 권한이니 인정을 해야한다. 하지만 볼카운트 2S 상황서 안타를 내준 부분은 아쉽다. 진짜 아쉬운 부분은 7회 위기를 맞을 때이다. 7회초 대역전에 성공하며 어렵게 승기를 가져왔다. 보통의 경우와 비교하면 이 때부터 필승 불펜들이 가동돼야 했다. 그런데 김선규가 나왔다. 김선규는 유원상, 이동현, 정찬헌 등 필승조 역할을 하는 선수들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진다. 차라리 유원상이 7회 처음부터 나와 공을 던졌다면 경기 분위기가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게한 장면이다. 경기에서 크게 지고 있었기 때문에 추격조인 김선규가 몸을 풀었고, 그래서 등판을 시켰다면 할 말이 없다. 다만, 6회와 7회 오랜 시간 공격을 하며 각각 3점씩을 내며, 확실히 추격을 하는 분위기에서 김선규와 함께 필승조 투수를 준비시키지 못했다면 이는 감독의 잘못이 맞다.
양 감독은 경기 후 "만루 작전 두 번이 실점으로 이어졌다. 타자에 맞춰 투수를 기용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직은 현장 감각이 돌아오려면 시간이 필요한걸까.
광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