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오심에도 어필없는 한화 코칭스태프는 구경꾼인가

by

메이저리그에서 감독이 심판의 애매한 판정에 강하게 항의를 하다가 퇴장을 당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코치가 석연찮은 심판 판정에 야유를 퍼붓다가 퇴장을 당해 덕아웃을 비우기도 한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거나 소속팀 선수들이 부진할 때 주로 이런 모습이 나온다. 팀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도발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아무 근거없이 무작정 핏대를 세우지 않는다.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는경기의 일부이기도 하고, 코칭스태프에게 주어진 권리라고 볼 수 있다. 단순한 불만 표출을 넘어 여러가지 메시지를 담을 수 있다.

그런데 김응용 감독을 위시한 한화 이글스 코칭스태프를 보면, 마치 경기의 당사자가 아닌 구경꾼처럼 보인다. 오심 상황에서 선수는 펄쩍 뛰는데, 정작 감독과 코치는 물끄러미 지켜만 보고 있었다.

한화는 20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주심의 오심 때문에 초반 흐름을 놓쳤다. 4회말 무사 1,3루에서 히어로즈 8번 박헌도가 때린 공이 좌익수 플라이가 됐다. 이 때 히어로즈 3루 주자 김민성이 홈으로 내달렸고, 한화 좌익수 장운호가 던진 공을 3루수 송광민이 잡아 정확하게 홈으로 뿌렸다. 홈을 지키고 있던 포수 정범모가 이 공을 잡고 김민성을 기다렸다. 누가 봐도 아웃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때 이영재 주심이 느닷없이 세이프를 외쳤다. 중계 화면을 보면, 김민성은 정범모에 막혀 홈 플레이트를 밟지 못했다. 송구 또한 확실히 빨랐다. 한화 선수들이 어이없는 판정에 항의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0-1로 뒤진 상황에서 오심으로 추가점수를 내준 한화는 결국 1대3으로 패했다.

이 상황에서 한화 코칭스태프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덕아웃의 자리를 지켰다. 김 감독은 손으로 그라운드를 가리키며 볼멘소리를 하다가 말았다. 수석코치가 없고, 사령탑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서 그런지 코치들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처럼 말이다.

강하게 항의를 한다고해도 판정 번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심판의 판정을 존중하는 자세도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한화는 최근 5년 간 4번이나 최하위에 그친 팀이다. 중위권으로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올 해도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반등을 위해서는 강력한 동기부여 내지 계기가 필요해 보인다. 차분하게, 점잔을 빼고,체면을 지키면서 관조하는 자세보다, 좀 더 의욕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이 필요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한화의 부진 원인을 진단하면서 선수들에게서 악착같은 모습, 의욕적인 플레이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런 지적은 코칭스태프에도 해당될 것 같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