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의 주전 포수는 정상호다.
지난 2001년 데뷔해 지난 시즌까지 총 648경기에 출전했다. 올시즌에도 17일 대전 한화전까지 31경기에 나가 높은 팀 공헌도를 보였다. 그러나 선배인 조인성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안방을 도맡아 책임져야 하는 까닭으로 체력 부담이 커진게 현실이다. 18일 SK의 1군 엔트리를 보면 포수 포지션에는 정상호와 이재원이 등록돼 있다.
이재원에게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이재원은 지난달 30일 광주 KIA전에서 규정 타석을 채우며 타격 선두로 올라섰다. 17일까지 타율 4할3푼8리로 타격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이재원이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포수로 선발 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16~17일 이틀 연속 선발 마스크를 쓰고 한화전에 출전했다.
이만수 감독은 이에 대해 "이제 이재원도 포수를 할 때가 됐다. 그동안 계속 기회를 보고 있었다. 팀이 연패에 빠진 상황에서 이재원의 포수 기용으로 돌파구를 찾고 싶다. 다른 팀의 어느 포수들보다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 감독의 말대로 이재원은 타격 뿐만 아니라 포수로서도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포수로 입단했고, 그동안 백업으로 마스크를 썼기 때문에 전혀 낯설지 않을 것이라는게 이 감독의 평가다. 17일 경기에서는 3회 이용규의 2루 도루를 완벽하게 저지했다. 공을 잡고 빼는 동작이 빠르고 송구가 정확했다.
포수 출신인 이 감독은 "이재원의 송구 능력은 매우 좋다. 상대 주자들도 쉽게 뛰지 못한다"며 "송구 뿐만 아니라 블로킹과 투수 리드도 좋다. 볼 배합에 대해서는 김태형 배터리코치가 많이 조언하지만, 포수로서 100점 만점에 120점"이라고 칭찬했다.
보통 포수는 타격보다 수비가 강조된다. 방망이가 약하더라도 포수로서의 능력이 뛰어나면 주전으로 기용된다. 하지만 이재원은 포수를 보면서도 뛰어난 타격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올시즌 처음으로 주전으로 꿰찬 자리가 지명타자지만, 최근 포수로서 공수에 걸쳐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포수로 선발 출전한 2경기에서 10타수 3안타 타율 3할에 1타점 1볼넷을 기록했다. 타율 4할3푼8리로 이 부문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감독은 "스윙이 제대로 된 레벨스윙으로 각이 좋다. 덮어치는게 아니라서 당분간 지금의 타격감이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몸이 앞으로 안 나가고 스윙이 짧아졌다"며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SK는 이재원이 포수로 나서면서 공수에 걸쳐 선수들의 활용폭이 넓어졌다. 상대적으로 수비 실력이 처지는 외국인 선수 스캇이 지명타자로 들어서면서 외야에 발빠른 선수들이 대거 기용되고 있다. 최 정이 허리 부상으로 빠졌지만, 중심타선을 구성하는데도 어려움이 없다. 이재원은 포수로 선발 출전한 2경기에서 3번 타순을 맡았다.
이날 한화를 꺾고 7연패를 벗어던진 SK는 이재원의 활약을 주목하고 있다. 대전=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