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의 7연승을 달리고 있는 두산. 17일까지 성적표를 보자.
팀 타율에 유독 눈길이 간다. 3할2리. 3할이 넘었다. 올 시즌 극심한 타고투저. 게다가 아직까지 39게임을 치른 시즌 초반. 이 점을 감안해도 팀타율이 3할이 넘어섰다는 점은 너무나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 리 없다. 두산의 3할 타율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포스트 시즌 + 무한경쟁체제
지난 시즌 두산은 타격의 팀이었다. 5월 중간계투진이 무너졌고, 6월 선발이 무너졌지만, 타격과 수비의 힘으로 버텼다. 결국 4위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뒤 한국시리즈에서 페넌트레이스 1위 삼성을 벼랑 끝까지 몰아부쳤다. 이같은 상황은 두산 야수들의 능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한국시리즈 패배는 너무나 아쉬웠지만, 선수들에게 정신적인 해이함보다 더욱 강한 동기부여를 했다는 점은 너무나 긍정적이었다.
지난 시즌 두산은 무한 경쟁 체제였다. 물론 주전들의 틀은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변화무쌍했다. 그만큼 능력이 뛰어난 야수들이 많았다는 의미다.
사실 주전 경쟁체제가 시즌 중에도 이어진다는 것은 뚜렷한 장, 단점을 가지고 있다. 경쟁을 극대화하면서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낼 폭이 넓어졌다는 장점. 팀의 미래를 위해서는 긍정적인 모습. 그러나 실제 경기에서는 그런 능력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했다.
최적의 컨디션과 최적의 준비.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적당한 긴장감과 함께 고정적인 역할이 주어지는 게 필수적인 요소. 하지만 지난 시즌 두산은 야수진의 변동이 많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도 가장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준 두산 야수진이다. 즉 발전할 수 있는 내공이 커질 수밖에 없었던 지난 시즌.
올 시즌 그런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는 좀 더 정제되고 세련된 용병술이 인상적이다. 시즌 전 두산 송일수 감독은 "고정 선발은 김현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경쟁을 독려했다. 하지만 실전이 시작되자 두산의 주전 라인업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 이원석이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가면서 한동안 허경민이 주전 3루수였다. 의미있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원석이 제 페이스를 찾자 주전으로 다시 뛰고 있다. 허경민은 3루, 유격, 2루를 오가는 백업으로 역할을 고정시켰다. 결국 고정적인 라인업에서 착실한 준비를 하면서 그들이 폭발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변화만이 능사는 아니다
시즌 전 두산 타자들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흔히 우리가 스프링캠프에서 언급하는 변화는 기술적인 부분이 많다. 스윙폼을 어떻게 바꾸고, 자신의 약점대처를 위해서 어떤 기술적 보완이 필요한 지에 대한 부분이다.
물론 그런 변화가 있었던 타자들이 있었다. 홍성흔과 오재원, 김현수가 대표적이다.
홍성흔은 밀어치기 위주로 가닥을 잡았다. 외국인 타자 칸투가 4번에 고정되면, 자신은 장타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결국 장타에 대한 부담을 던 홍성흔은 상황별 노련한 타격으로 오히려 더욱 많은 홈런을 생산하고 있다.
오재원은 지난 시즌 몸쪽 공에 대한 대처능력이 그리 좋지 않았다. 맥없이 스탠딩 삼진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본인 스스로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 불완전하긴 하지만, 몸쪽 공 대처능력이 향상됐다. 결국 커다란 약점을 최소화하면서 그는 3할5푼이 넘는 고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김현수도 타격 폼을 약간 바꿨다. 지난 시즌 '타구를 세게 날리기 위해' 고관절을 이용한 힙턴을 극대화했다면, 올 시즌에는 좀 더 효율적이면서 콤팩트한 스윙폼으로 약간의 변화를 줬다. 결국 시즌 초반 부진했던 김현수는 바뀐 타격폼에 확실히 적응하면서 컨택트와 장타력을 모두 살리는 폭발적인 타격을 하고 있다.
이런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선수도 있다. 주전 유격수 김재호다. 그는 스프링캠프에서 생각이 많았다. "몸쪽 공에 대한 대처를 어떻게 할 지에 대한 이미지 트레이닝을 매일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몸쪽 공에 대한 준비로 스윙의 세밀한 변화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너무 몸쪽 공에 대한 의식이 높아져, 자신의 날카로운 스윙마저 갉아먹는 부작용이 생겼다. 결국 김재호는 예전 스윙으로 돌아왔다. 몸쪽 공에 대한 미련을 버리자 오히려 스프링캠프 동안 준비했던 몸쪽 공에 대한 대처가 완벽하진 않지만, 순간순간 이뤄지는 시너지 효과도 얻었다.
정수빈의 경우에는 과도기에 있다. 그의 타격 패턴을 보면 변화구에 대한 대처능력이 좋지 않아, 타격 밸런스가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시즌 타율은 3년 연속 3할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워낙 뛰어난 센스와 빠른 발로 내야안타 생산능력이 리그 최고 수준. 타격의 뚜렷한 약점 때문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변화구 대처를 위해 스윙 메커니즘을 꼭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정확히 맞는 말이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현재 정수빈은 2할6푼으로 타율이 떨어진 상태. 최근 슬럼프다. 하지만 두산 송일수 감독의 평가는 "지금도 충분히 잘해주고 있다"다. 희생타가 9개, 볼넷 12개로 수준급이다.
출루율도 3할4푼으로 준수하다. 즉, 정수빈의 약점을 뜯어고치는 대신,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계속 밀어부치고 있는 중이다. 올 시즌에 한정해 정수빈의 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기도 하다.
결국 두산의 팀타율 3할은 지난 시즌의 값진 경험과 스프링캠프에서 많은 고민의 흔적들이 담겨있는 기록이다. 팀타율 3할은 비정상적이긴 하지만, 우연은 아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