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바뀌어도 한결같다.
허정무→조광래→최강희에 이어 홍명보 감독도 그를 바라보는 눈빛이 그윽하다. 단 한 차례도 사고를 친 적이 없다. '늘 푸른 소나무'처럼 그 자리를 지킨다. 4년 전 남아공월드컵에선 희망이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는 기둥으로 성장했다.
이청용(26·볼턴)의 두 번째 월드컵이 시작됐다. 한 차례 큰 파고를 넘었다. 그는 2011년 7월 오른 정강이 경골과 비골이 골절됐다. 1년여 간 고생을 했다. 지난해 정상궤도에 다시 안착했다. 홍명보호에서도 그의 영역인 오른쪽 날개를 뛰어 넘을 경쟁자는 없다.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23명의 최종엔트리 중 월드컵을 경험한 선수는 5명 뿐이다. 이청용도 그 중 한 명이다.
20대 중반인 그는 브라질월드컵이 재출발의 기회다.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야 한다. 2009년 8월 볼턴에 둥지를 튼 이청용은 다섯 시즌을 보냈다. 2013~2014시즌 볼턴이 치른 정규리그 46경기 가운데 무려 45경기(선발 32경기, 교체 13경기)에 출격했다. 팀내 최다 출전이다. 늦게 터진감이 없지 않지만 2경기 연속골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올시즌을 3골-5도움으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볼턴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승격이 또 다시 좌절됐다. 어느덧 볼턴과 계약기간이 1년밖에 남지 않았다. 이번 여름이적시장에서 새로운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 월드컵이 곧 새 세상의 통로다.
월드컵과는 궁합이 좋다. 그는 남아공월드컵에서 두 골을 터트렸다. 한국 선수 가운데 이정수와 함께 공동 최다골을 기록했다. 브라질은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4년 전은 기억이 없다. 너무 정신없이 준비를 했고 부담도 컸다. 지금은 그 때 보다는 나아진 것 같다. 정신이 좀 드는 것 같다." 미소를 지었다.
12일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에 입소한 이청용은 13일 둘째 날 훈련을 소화했다. 지난달 3일 리그 최종전을 마치고 귀국한 그는 짧지만 달콤한 휴식을 만끽했다. 여독은 없다. 이청용은 "몸 상태와 경기 감각은 전혀 문제가 없다. 어떻게 경기를 준비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측면과 중앙을 넘나드는 창조적인 플레이로 공격을 이끈다. 화려한 발재간을 앞세운 개인기와 스피드, 반박자 빠른 패스가 곁들여 진다. 물론 해결사 역할도 머릿속에 그려야 한다.
이청용은 "이제는 막내가 아니라 다른 고민도 해야 된다. 특별한 것보다 늘 하던대로 내 플레이를 하면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최선을 다하겠다"며 "개인적인 목표는 의미가 없다. 팀 성적이 가장 중요하다. 어디까지 갈지 모르지만 첫 경기만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15일 스위스와의 A매치(2대1 승)에서 결승골을 터트렸다. 남아공월드컵 우루과이와의 16강전(1대2 패) 이후 1242일 만에 넣은 A매치 골이었다.
브라질월드컵에서도 이청용이 키를 쥐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