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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홈런 번복에 "비디오판독 확대는 해야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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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300억원이 들었으면 우린 몇 배가 더 들 지 모른다."

KIA 선동열 감독이 전날 필의 홈런 판정 번복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NC와의 원정 3연전 두번째 경기가 열린 14일 마산구장. 선 감독은 전날 경기가 못내 아쉬운 듯 했다. KIA는 13일 경기에서 2-5로 뒤지던 8회초 필의 3점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었으나, 9회말 무사 만루에서 이호준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5대6으로 패배하고 말았다.

선 감독은 "어젠 정말 아쉬운 경기였다. 5-5 동점이 되고 9회말만 잘 막았으면 다시 1번부터 타순이 돌아왔다"며 아쉬워했다.

아쉬운 장면은 또 있었다. 3회초 필의 홈런 판정 번복이다. 필은 2-0으로 앞선 3회초 2사 후 상대 선발 웨버의 7구째 체인지업을 때려 좌측 폴 뒤편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3루심이었던 강광회 심판위원은 홈런을 선언했으나, 웨버와 NC 벤치의 항의로 비디오 판독이 진행됐다.

비디오 판독 끝에 파울로 판정이 번복됐다. 올시즌 첫 홈런 판정 번복이었다. 문제는 중계화면상으로는 판단이 어려운 타구였다는 점이다. 타구가 워낙 높게 날아갔고, 마산구장 폴이 21m에 불과해 더욱 애매한 상황. 그런데 중계카메라는 파울라인과 일직선상이 아닌 곳에 설치돼 있었다. 마산구장 환경 탓에 정확한 판독을 위한 위치에 카메라를 놓을 수가 없었다.

선동열 감독은 홈런 판정이 번복되면서 심판진으로부터 "심사숙고해 결정했다"는 말을 듣고, 받아들였다. 심판진 역시 판단이 어려운 타구였다. 선 감독은 강력히 어필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빠르게 수긍하고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현재 한국야구에서 홈런 타구에 대한 비디오 판독은 중계화면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구장별로 환경이 달라, 방송사 역시 정확한 위치에서 화면을 잡기가 힘들다. '반쪽 짜리' 비디오 판독인 셈이다.

메이저리그는 올시즌 비디오 판독을 전면확대하면서 시스템 구축을 위해 300억원 이상의 돈을 투입했다. 하지만 이 금액이 전부는 아니다. 메이저리그는 기존에도 홈런 타구 판독을 위해 시스템이 설치돼 있었다. 결국 기존 시스템을 기반으로 카메라 대수를 대폭 늘리는 등 업그레이드를 한 셈이다.

우리와는 사정이 다르다. 또한 300억원은 시스템 구축 비용이다. 전문인력을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인건비는 포함돼 있지 않다.

선 감독은 이러한 사정을 얘기하면서 "비디오 판독 확대는 해야 하는데 기존 구장에 설치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의 사정을 얘기했다. 그는 "일본은 구장에 카메라가 전부 설치돼 있다. 방송사는 중계권만 사와서 방송에 내보낸다"고 말했다.

방송사가 매번 바뀌는 국내와 달리, 제작팀이 고정돼 있어 구장별로 카메라 위치 등이 매번 동일한 것이다. 일본의 구장 환경이라면, 중계화면에 의존한 비디오 판독을 해도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적다.

선 감독은 "미국은 300억원이 들었다는데 우리는 5~6배가 더 들지도 모른다. 아무런 환경이 안 돼 있지 않나. 생각을 잘 해야 할 문제"라며 비디오 판독 확대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