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필의 타구가 비디오 판독 끝에 홈런에서 파울로 번복됐다. 시즌 첫 홈런 판정 번복이었다. 중계화면을 통한 비디오 판독이 이뤄졌는데, 애매한 상황이 연출됐다.
필은 13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 3회 두번째 타석에서 좌측 폴 뒤편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2-0으로 앞선 3회초 2사 후 타석에 들어선 필은 볼카운트 2B2S에서 상대 선발 웨버의 7구째 변화구를 때렸다.
큼지막한 타구는 좌측 폴 뒷편으로 넘어갔다. 3루심이었던 강광회 심판위원은 홈런 선언을 했다. 하지만 웨버를 비롯해 NC 벤치에서 항의를 해 비디오 판독이 진행됐다.
비디오 판독 끝에 결론은 파울. 심판진은 중계화면을 확인하고 판정을 번복했다. 올시즌 처음으로 홈런에서 파울로 판정이 번복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2루타가 홈런으로 번복된 적은 있어도 홈런을 뺏긴 적은 처음이었다.
사실 중계화면 상으로는 판단이 어려웠다. 홈플레이트, 파울라인과 일직선상에서 잡은 화면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선상에서 조금 오른쪽에서 잡은 각도였다. 때문에 높이 뜬 타구는 중계화면상으로 볼 때 폴 왼쪽, 즉 파울지역에서 관중석으로 휘어져 넘어간 것처럼 보였다. 더구나 타구가 워낙 높아 폴의 위쪽에서 날아갔기 때문에 정확한 방향을 가늠키 어려웠다.
그러나 타구가 떨어진 지점은 홈런의 기준이 되는 3루 파울라인과 폴 연장선의 오른쪽인 듯 보였다. 중계카메라의 위치 탓에 정확한 판단은 어렵다. 만약 오른쪽에 떨어졌다면,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휘어들어온 게 된다.
하지만 필이 완벽하게 잡아당긴 타구는 힘을 받아 완전히 왼쪽 방향을 향했다. 만약 필이 공을 밀어쳐 중견수나 우익수 쪽으로 향했다면 타구는 슬라이스성으로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향하는 궤적을 그릴 수 있지만, 잡아당긴 타구는 이렇게 휘어질 수 없다. 오히려 훅성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어지게 된다.
결국 이 장면은 현행 비디오 판독 시스템의 한계를 입증하는 것이다. 애매한 홈런성 타구가 나왔을 때 중계화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카메라 각도가 완벽하지 않다면 심판진도 정확한 판정을 내릴 수 없다. 그렇다고 중계화면을 무시할 수도 없다. 방송사 입장에서도 각 구장마다 환경이 다르기에 정확한 위치에 세팅을 하기 어렵다. 구장 환경을 감안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불안정한 시스템 탓에 필의 홈런이 날아가버렸다. 만약 홈런으로 인정됐다면, 시즌 8호 홈런으로 필은 홈런 공동 3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KIA도 3-0으로 점수차를 벌릴 수 있었다.
베이스를 다 돌고 덕아웃으로 들어갔던 필은 다시 타석에 나왔다. 필은 8구째 커브를 서서 지켜보며 삼진으로 물러났다. 공교롭게도 KIA는 3회말 이호준에게 3점홈런을 맞고 역전당하고 말았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