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나라다.
한-일 축구를 논할 때마다 '숙적'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역사적 아픔이 깃든 라이벌 관계다. 환희와 눈물이 교차했다. 상대는 늘 넘어야 하는 거대한 산이었다. '극일'의 정신은 여전히 유효하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을 향하는 홍명보호에는 일본 출신 코치가 함께 하고 있다.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코치다. 홍명보호의 숨은 공신이다. 2009년 청소년대표팀(20세 이하)부터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2012년 런던올림픽 등 홍명보 감독과 생사고락을 함께 한 전우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도 이케다 코치는 홍명보호의 강철체력 조련사로 활약한다. 한국과 함께 아시아 대표로 본선에 나서는 일본 대표팀은 홍명보호가 소집된 12일 본선에 나설 23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본선에 나서는 자국 대표팀을 먼 발치에서 보며 라이벌을 지도하는 이케다 코치의 마음은 과연 어떨까.
대답은 간단했다. 오직 팀만을 바라볼 뿐이다. 이케다 코치는 "나는 일본인이지만, 한국 대표팀 코치진에 속해있다. 한일 양국 관계와 관계없이 나는 축구만 생각한다. 그런 점(라이벌 관계)은 내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월드컵에 나선다. 한국 선수들을 일본 대표 같은 심정으로 전력 지원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한국과 일본 모두 같은 아시아 지역의 팀이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는 같은 아시아 대표로 나서는 것"이라며 "월드컵에 출전한 아시아국가 중 일본을 응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 코치진이기 때문에 한국도 응원한다. 한국과 일본 모두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길 바란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들의 시각도 비슷한 편이다. 이케다 코치를 취재하기 위해 파주NFC를 찾은 일본 관계자는 "외국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에게 실력을 인정 받았다는 것 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케다 코치는 브라질월드컵에 나설 23명의 선수들이 모두 모이는 시점부터 본격적인 체력 강화 프로그램에 돌입할 계획이다. 홍 감독은 모든 선수들의 컨디션 사이클을 본선 첫 경기인 러시아전에 맞추고 있다. 홍 감독은 "첫 주에는 컨디션 조절 위주로 밸런스를 맞추겠다. 선수들의 몸상태를 개인별로 측정할 계획이다. 선수 개인의 피로도를 감안해서 훈련량을 조절하겠다"고 했다.
축구에는 인종도, 국경도, 이념도 없다. 이케다 코치의 아름다운 동행이 더욱 뜻깊은 월드컵이다. 파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