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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로 끊은 홍명보, 명단 논란 해법은 정면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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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감독 자리는 '독이 든 성배'에 비유된다.

잘해야 본전이다. 매순간 날선 비난과 싸워야 한다. 대표팀을 둘러싼 수많은 논란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각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축구에 정답은 없다. 모든 목소리는 화살이 되어 지도자를 향한다. 때문에 대표팀 수장은 언제나 고독하다. 비난과 맞서면서 팀도 다잡아야 한다.

지난 20년 간 한국 축구 대표 브랜드 역할을 했던 홍명보(45)도 예외가 아니다. 대표팀 감독 자리에 앉은 뒤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고심 끝에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명단을 내놓았다. 곳곳에서 숱한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소속팀에서 꾸준한 활약을 보이는 선수를 선발하겠다는 원칙을 깼다고 손가락질 하고 있다. 일각에선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일굴 때 함께 했던 선수들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의리명단'이라는 비아냥 패러디까지 양산하고 있다. '전장에 나서는 장수를 흔들면 안된다'는 우려섞인 말들은 비난의 아우성에 파묻혀 있다.

홍 감독은 정면돌파를 택했다. 스스로 퇴로를 끊었다. "내가 원칙을 깬 게 맞다." 고심 담긴 명단을 둘러싼 비판에 맞서 허심탄회하게 심정을 풀어 놓았다. 그는 "어떤 선발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면서 "원칙대로 갔다면 선수 선발도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고민을 했다. 선수 선발은 치열한 경쟁을 거쳤다. 이 팀을 바라볼 때 저도 여러분 만큼 고심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박주영의 조기 귀국이 '황제훈련'이라는 자극적인 문구로 포장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엄포를 놓았다. "이 자리에 축구 기자들이 모여 계시니 이야기 하겠다. 앞으로는 모두가 축구에 대해 논해주기 바란다. 지금은 소모적인 논쟁을 할 시기가 아니다. 축구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외부의 논란과 달리 홍명보호는 평온하기만 하다. 결연한 의지 속에 파주NFC의 문을 연 선수들은 훈련복을 갈아입고 나선 그라운드서 웃음꽃을 피웠다. 홍 감독은 "팀 내부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 외부의 시선도 중요하다. 내외부를 놓고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할 지 생각을 했다. 외부의 목소리에도 귀기울이고 있다"면서도 "지금 상황에선 최선을 다해 결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힘주어 말했다. 원점에서의 출발도 재차 강조했다.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내 머릿속에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은 지워진 지 오래다. 월드컵은 분명히 다른 무대다. 남은 시간엔 대표팀의 발전만 생각하고 싶다. 지난 영광은 지웠다."

브라질로 가는 첫 걸음이다. 12일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 모인 선수는 전체 23명 중 9명이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는 구자철(마인츠) 지동원 홍정호(이상 아우크스부르크) 손흥민(레버쿠젠) 등은 13일 홍명보호에 합류할 계획이다. 잉글랜드에서 뛰는 김보경(카디프시티)과 윤석영(QPR)도 14일 파주NFC에 발을 들여놓는다. 사우디아라비아 알 힐랄의 곽태휘는 15일 귀국하는 가운데 일본, 중국 등을 누비는 선수들도 다음 주까지 합류를 마친다. 홍명보호는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튀니지전을 치른 뒤 30일 미국 마이애미로 출국해 전지훈련을 갖는다. 6월 9일(한국시각) 가나와 마지막 평가전을 가진 뒤 11일 결전지인 브라질에 입성, 러시아(6월 18일·쿠이아바) 알제리(6월 23일·포르투알레그리) 벨기에(6월 27일·상파울루)와 본선 조별리그 H조에서 차례로 만난다. 홍 감독은 모든 선수들의 컨디션 사이클을 본선 첫 경기인 러시아전에 맞출 계획이다. 홍 감독은 "(순차적 소집은) 예상했던 일이다. 첫 주에는 컨디션 조절 위주로 밸런스를 맞추겠다. 선수들의 몸상태를 개인별로 측정할 계획이다. 선수 개인의 피로도를 감안해서 훈련량을 조절하겠다"고 했다.

소모적인 논란은 감정의 골만 깊게 만들 뿐이다. 모든 평가는 본선 3경기가 끝난 뒤 해도 늦지 않다.파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