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마다 찾아오는 지구촌 최대의 축구 축제, '월드컵'이라는 단어는 태극전사들의 가슴을 가장 설레게 하는 말이다. 4년간의 기다림이 길었다. 태극전사들이 월드컵을 향해 첫 발을 내딛었다.
홍명보호의 최종엔트리 첫 소집과 훈련이 열린 12일 파주NFC(국가대표팀 트레이닝 센터). 정장을 차려입고 파주NFC의 정문을 통과하는 태극전사들과 코칭스태프의 얼굴에 설렘과 기대가 공존했다. 긴장감도 빼 놓을 수 없었다. 긍정적인 신호다. 태극전사들의 경쟁 분위기를 더욱 건강하게 해주는 긴장감이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가슴에 붙인 노란 리본은 태극전사들의 의지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제1호 파주NFC 입소는 홍명보 월드컵대표팀 감독이었다. 홍 감독은 밝은 표정으로 "이제 시작이다"라고 외쳤다. 짧지만 강한 울림 속에 원정 월드컵 사상 첫 '8강 신화'를 작성하겠다는 의지가 넘쳐났다. 박건하 코치에 이어 입소한 김태영 코치 역시 "이제 시작이다. 정문을 걸어오면서 가슴이 뛰었다.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잘 알고 있다. 결과물을 만들어내겠다. 내 월드컵 경험을 훈련을 통해 선수들에게 하나 하나씩 얘기해주겠다"고 말했다. 코칭스태프와 함께 태극전사 9명이 입소했다. 첫 테이프는 김승규(울산)가 끊었다. 마음 가짐은 외모에서 드러났다. 새벽부터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김승규는 미용실에서 '꽃단장'을 하고 왔다. "미용실에서 만들어준 헤어 스타일이다. 다른 소집보다 더 설레서 오늘 새벽에 일찍 깼다. 올림픽보다 월드컵이 더 큰 무대다.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 것은 잊고 월드컵만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가슴이 더 설렌다." 두번 째로 입소한 김신욱은 파주NFC 정문을 통과해 믹스트존까지 걸어오는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단다. "월드컵을 앞두고 해야 할 일, 팀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일, 지금까지 축구를 해왔던 모든 일들을 생각하며 걸어왔다." 각오도 당찼다. 그는 "마음 속에 책임감과 설렘이 있다. 많이 노력했으니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승규와 주전 수문장 경쟁을 펼치고 있는 정성룡은 "오늘부터 매일 단정한 마음으로 준비하겠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이청용이 마지막 테이프를 끊었다. 미소가 넘쳤다. "4년전에는 정신이 없었고 부담이 컸는데 지금은 그 때 보다는 정신이 있는것 같다."
외국 언론도 홍명보호를 취재하기 위해 파주NFC를 찾았다. 카타르의 비인스포츠(Be in sports)와 일본 NHK '사커 플래닛' 방송 프로그램은 홍명보의 파주NFC의 입소 풍경을 담았다. 에피소드도 있었다. 비인스포츠의 한 기자가 영어로 홍 감독에게 "어떤 팀이 가장 상대하기 힘드냐"고 물었다. 협회 언론 담당관이 제지했다. '협회에 등록되지 않은 언론은 취재가 불가하다'는게 이유였다. 그러나 홍 감독은 여유가 있었다. "'셋 다 어렵다'고 얘기해주세요." 2022년 월드컵을 개최하는 카타르는 브라질월드컵에 앞서 본선 출전국들을 집중 취재하고 있다고 한다.
낮 12시에 지각자 없이 모든 소집이 끝났다. 오후 4시에 첫 훈련이 진행됐다. 부상에서 회복 중인 기성용을 포함, 9명 전원이 훈련에 참가했다. 유럽에서 귀국한 유럽파와, K-리그 클래식에서 경기를 마치고 입소한 K-리거를 위한 회복 훈련이 이뤄졌다. 첫 훈련은 가벼웠고, 즐거웠다. 30분간 가벼운 러닝과 스트레칭을 소화한 태극전사들은 2인 1조 5개 팀으로 분산 배치됐다. 안톤 두 샤트니에 코치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일명, '축구 골프'를 위해서다. 두 명이 공 하나를 번갈아 차며 정해진 목표 지점에 공을 차 넣거나 폴대를 맞추면 된다. 처음 접해보는 훈련에 처음에는 방법을 몰라 갈팡질팡하던 김신욱도 한 세트를 소화한 뒤 적응을 마쳤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웃음이 넘쳐났다. 공을 목표 지점에 넣거나 폴대를 맞추면 환호성을 질렀고, 가까운 거리에서 찬 공이 아쉽게 폴대를 빗겨가면 난감하다는 듯 웃으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오른 발가락 염증 치료를 마친 박주영은 왼발로 킥을 찼고, 부상에서 회복 중인 기성용도 가볍게 공을 터치하며 훈련의 재미를 만끽했다. 발로하는 '골프'를 즐긴 태극전사들의 첫 훈련은 80분간 진행됐다. 미소와 여유, 홍명보호의 첫 훈련은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다.
파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