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나오는 첫 번째 타자가 아니라 팀을 대표할 만한 '넘버 1' 타자이다. 요즘 국내 프로야구 9개 구단의 1번 타자를 보면 드는 생각이다. 팀 공격의 첨병 역할 뿐만 아니라 공격의 주축 역할까지, 빠지는 게 없다. 1번 타순에 가장 재능있는 선수들을 몰아놓은 것 같다.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 요즘 히어로즈 다이너마이트 타선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는 '거포' 박병호와 함께 1번 타자 서건창이다. 박병호가 연일 홈런을 터트릴 때, 서건창은 부지런히 안타를 때려 찬스를 만들었다. 최근 5경기에서 20타수 9안타, 타율 4할5푼, 5득점, 3도루. 5월들어 타격감이 최고 수준으로 올라왔다. 5월 12일 현재 타율 3할6푼1리(144타수 52안타), 2홈런, 17타점, 26득점, 14도루, 출루율 4할2푼5리. 타격과 최다안타, 도루 모두 팀 내 1위이고, 타격은 전체 6위, 최다안타 공동 1위, 도루 공동 2위다.
보통 1번 타자의 자질을 평가할 때 뛰어난 선구안과 출루율, 빠른 발, 컨택트 능력, 그리고 작전수행 능력을 이야기 하는데, 서건창은 이 모든 걸 갖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빼어난 2루 수비 능력까지 갖췄다. 최고의 1번 타자라고 할만하다.
신고 선수로 히어로즈에 입단해 2012년 신인왕에 오른 서건창은 풀타임 2년차였던 지난해 주춤했다. 부상으로 인해 86경기 출전에 그쳤고, 타율 2할6푼6리, 18타점, 53득점, 26도루를 기록했다. 첫 해보다 타점과 득점, 도루 등 거의 모든 기록이 30% 이상 빠졌다. 자연스럽게 '2년차 징크스' 꼬리표가 따라왔다.
이장석 히어로즈 대표는 지난 1월 구단 시무식에서 서건창에게 "신인왕의 후광이 사라졌으니 심기일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금 더 분발하고, 성장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이 대표의 바람대로 '풀타임 3년차' 서건창은 한 뼘 더 자란 것 같다.
발이 빠른 견실한 타자 정도로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요즘 두산 베어스 1번 타자 민병헌의 방망이는 무섭게 돌아간다. 기록을 보면 1번 타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입이 딱 벌어진다. 타율 3할6푼3리, 5홈런, 29타점, 26득점, 4도루, 출루율 4할6리. 중심타자보다 더 좋은 성적이다. 타격은 전체 5위, 타점은 2위다. 팀 내 타격 1위이고, 타점은 김현수와 공동 1위다.
사실 민병헌은 시즌 전에 1번 타순에 대한 부담감을 나타낸 적이 있다. 익숙하지 않은 타순인데다, 1번 타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민병헌은 송일수 감독이 원했던 모습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NC 다이노스. 투타 모두 최고 수준으로 도약했지만, 무엇보다 톱타자 박민우의 성장이 반갑다. 지난 시즌 32경기에 출전했는데, 올 시즌 34게임에 나섰다. 출전 경기가 늘어나고, 김경문 감독의 신뢰가 두터워지면서 최고의 1번 타자로 거듭났다. 12일 현재 타율 3할5푼, 17타점, 23득점, 15도루, 출루율 4할3푼8리. 도루 1위를 달리고 있고, 타격 8위에 랭크돼 있다. 빠른 발을 활용해 3루타를 6개나 만들었다. 이 부문 1위다. 부상으로 빠진 지난해 도루왕 김종호 공백을 100% 메우면서, 1번 타자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다.
박민우는 "지금은 칭찬을 받을 때가 아니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다. 1번 타자로서 출루와 득점만 생각하며 경기에 임하고 있다"고 말한다. 고졸 3년차인 그는 현재 유력한 신인왕 후보다.
롯데 자이언츠 정 훈(타율 3할5리, 20타점, 20득점, 2도루, 출루율 3할9푼3리)과 KIA 타이거즈 이대형(타율 2할8푼5리, 11타점, 21득점, 6도루, 출루율 3할4푼3리)도 준수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