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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좌완 오재영, 3선발 토종 자존심 세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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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11년차 좌완 오재영이 넥센의 선발진 고민을 풀어줄 수 있을까.

오재영은 1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LG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6⅓이닝 1실점으로 시즌 2승(2패)째를 신고했다. 올해 처음으로 6이닝을 넘게 던졌다. 투구수는 81개에 불과했고, 4사구 하나 없이 4피안타 3탈삼진을 기록했다.

LG는 이날 좌완 오재영에 맞춰 우타자들을 전면 배치했다. 라인업에 좌타자가 2번타자 이병규(배번7)와 6번 박용택 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재영은 우타자 상대로 효율적인 피칭을 가져갔다.

평소 주무기로 쓰지 않던 체인지업이 먹혔다. 오재영은 이날 81개의 공 중 직구(33개) 다음으로 체인지업(18개)을 가장 많이 던졌다. 원래 주무기인 슬라이더(13개)와 커브(10개)보다 많았다. 포크볼도 7개 섞으면서 다양한 레퍼토리로 상대를 현혹시켰다.

LG 외국인타자 조쉬벨을 삼진으로 돌려세울 때마다 체인지업이 있었다. 스위치타자인 조쉬벨은 오재영을 맞아 우타석에 들어섰다. 하지만 바깥쪽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1회와 4회 두 차례나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왼손투수의 체인지업은 우타자 상대로 강점을 발휘한다. 류현진이 전매특허인 서클체인지업으로 상대를 농락하는 것을 떠올리면 쉽다. 오재영 역시 이날은 체인지업이 통했다.

올시즌 오재영은 3선발로 시즌을 시작했다. 밴헤켄과 나이트의 외인 원투펀치를 받치는 역할이었다. 토종 선발투수 중 순번으로 으뜸이었다.

하지만 시즌 출발은 좋지 않았다. 시즌 첫 2경기에서 5회를 채우지 못했다. 2일 목동 두산전에서 4이닝 4실점, 8일 목동 KIA전에서 3이닝 5실점으로 부진한 뒤, 2군에 내려갔다. 토종 선발 중 가장 기대가 컸는데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사실 오재영은 지난 시즌 팔꿈치 수술 후 선발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신인시절이던 2004년부터 2006년 초반까지 선발로 뛰었지만, 이후 보직은 불펜이었다. 왼손 원포인트 릴리프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4승으로 가능성을 보인 오재영은 올해 더 큰 기대를 모았다.

2군에 다녀온 뒤로 제구를 비롯해 불안요소들이 잡히기 시작했다. 넥센은 화끈한 타선과 괜찮은 불펜에 비해 선발진이 약하다. 오재영의 초반 부진도 고민을 가중시켰다. 하지만 이젠 그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호투를 보여주고 있다. 선발로 복귀한 5일 광주 KIA전(5⅔이닝 4실점) 승리 이후 2경기 연속 승리다.

경기 후 오재영은 "지난 경기와 마찬가지로 야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지난번에도 초반에 점수차가 벌어지면서 안일했던 면이 있었다. 오늘은 최소 실점을 위해 최선을 다해 투구했다. 오늘은 4사구도 없었고, 운이 따라 범타가 많이 나와 좀더 쉽게 풀어간 것 같다"며 웃었다.

이날은 지난해 9월 16일 창원 NC전(6⅓이닝 1실점) 이후 최다이닝 투구다. 올시즌 첫 6이닝 소화이며, 동시에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도 기록했다.

오재영은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는 특별히 의식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도 선발투수로서 팀 승리에 좀더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이닝을 더 많이 가져가는 투구를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목동=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