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MBC의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두 편이 차례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8일 방송된 '연애고시'와 10일 선보인 '백투더스쿨'. 앞서 전파를 탄 강호동의 MBC 복귀작 '별바라기'가 사실상 정규 편성을 확정 지은 가운데, MBC는 다른 파일럿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시청자 반응이 좋을 경우 정규 편성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시험대에 오른 두 프로그램이 치열한 '웃음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정규 편성 가능성을 살펴봤다.
▶'연애고시', 진부함 극복이 과제
사법고시, 행정고시, 외무고시, 기술고시는 들어봤어도 '연애고시'는 생소하다. 수험생은 오랜 시간 솔로로 지내온 남자 연예인 6명, 시험 평가자는 각 분야에서 '여신'이라 불리는 여성 출연자 5명이다. 연애고시라는 형식을 통해 남자 연예인들의 솔로 탈출 가능성을 점검해본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 발상은 신선했다. 그러나 내용은 다소 산만하고 진부했다.
여성들은 MC들의 질문에 대한 남자 출연자의 답변을 듣고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꽃을 주며 첫 만남을 가졌다. 이후 '여자어(語)'나 '스킨십' 등을 주제로 퀴즈를 맞히면서 여성 출연자가 연애에 대한 조언을 하거나 남녀 출연자들이 연애 경험을 털어놓으며 대화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과정에서 당구선수 차유람의 모태솔로 고백이나 배우 한정수의 예능감 등이 주목 받기도 했다. 그러나 '연애고시'가 다룬 아이템들이 과연 솔로들의 연애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있는지 공감이 되지 않았다. 특히 여자어 같은 경우는 인터넷 게시판에 종종 올라오던 유머 게시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오로지 '고시'에 통과하기 위해 고군분투할 뿐, 정작 남녀의 시각차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없었다. 어쩌면 연애 문제에 정해진 답이 존재한다는 발상부터가 오류였는지도 모른다.
JTBC '마녀사냥'과 tvN '로맨스가 더 필요해'가 인기를 끄는 건 남녀관계에 대해 '옳다 그르다' 답을 내리지 않고 다양한 입장에서 현실적인 조언을 하기 때문이다. '연애고시'가 이들 프로그램과 차별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연애고시에서 1등을 한 남자 출연자에게 데이트권을 주는 무의미한 보상이 아니라 연애라는 소재에 대한 현실적인 접근과 진지한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출연자들의 신변잡기가 아니어도, 연애는 그 자체로 재미와 공감을 줄 수 있는 매력적인 소재다.
▶'백투더스쿨', 현실과 더 가까워져야
'백투더스쿨'은 학창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하고 있는 연예인들이 이틀간 실제 고등학생들과 학교 생활을 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MBC '진짜 사나이'가 군대에서 일반 병사들과 훈련을 받고, MBC '사남일녀'가 시골 어르신의 아들딸이 되어 함께 생활하는 것과 같은 체험형 관찰 예능이다. 군대나 시골 대신 학교로 간 '백투더스쿨'은 그저 장소만 바꾼 게 아니었다. 짧게는 10여년, 길게는 20여년 만에 교복을 입은 연예인들은 진짜 학창시절로 돌아 간 듯한 감흥과 애틋한 추억을 프로그램에 녹여내며 시청자들의 추억까지 현재로 소환했다.
수학 문제를 풀며 쩔쩔 매고, 첫 사랑 얘기를 해달라며 선생님을 조르고, 애타게 점심 시간만을 기다리고, 오후 수업에서 졸음과의 사투를 벌이고, 영단어 시험에서 몰래 커닝을 하고…. 누구나 경험했던 교실의 풍경이다. 함께 밥을 먹고 피구를 하며 어린 10대 학생들과 연예인 출연자들이 친구가 돼가는 모습은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특히 마라톤 선수 생활을 하느라 학창시절 추억이 전혀 없는 이봉주의 학교 생활은 같은 반 학생들이 "진짜 공부가 하고 싶어서 학교에 온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로 진정성이 느껴졌다. 아침 알람 소리에 '학교 가야지' 생각했을 정도로 학교를 즐긴 조민기,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즐거워한 박명수, 자작시를 칭찬받고 좋아하는 김경호, 지나간 추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글썽인 윤해영, 졸고 있는 짝꿍 얼굴에 낙서를 한 장난꾸러기 나르샤도 인상적이었다.
다만 현실과의 거리 좁히기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하교 후에도 숙제를 하고 미래를 준비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내며 대한민국에서 고등학생으로 살아가는 게 얼마나 고단한지 전달하려 했지만, 학생들의 현실적 고민과 꿈에 대해 귀 기울이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으며 상담해준 김경호나 아빠처럼 다정했던 조민기처럼 친구이자 인생 선배로서 학생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충분히 담아내기엔 이틀이라는 시간은 짧아 보였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