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현재 외국인 타자 9명의 타율은 3할1푼3리, 투수 19명의 평균자책점은 4.33이다. 전체 타율과 평균자책점이 2할8푼, 4.88임을 감안하면 외국인 선수들 사이에서도 타고투저 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투수들 사이에서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에 따른 분화가 심화되고 있다. 11일 열린 경기에서는 한화 앨버스와 LG 리오단이 각각 6이닝 5실점, 5이닝 7실점으로 패전을 안은 반면, 두산 볼스테드와 NC 찰리는 8⅓이닝 1실점과 7이닝 1실점으로 각각 승리투수가 됐다.
볼스테드의 경우 최근 2연승을 달리면서 두산 선발 로테이션의 중요한 축으로 떠올랐고, 찰리 역시 최근 2경기 연속 1실점의 호투를 이어가며 지난해 평균자책점 1위다운 면모를 되찾았다. 그러나 투수 타이틀 각 부문 순위를 보면 여전히 토종이 강세다. 평균자책점 상위 10명 가운데 외국인 투수는 불과 3명 뿐이다. 넥센 밴헤켄(2.77)과 KIA 홀튼(2.91), NC 에릭(3.38)이 각각 3위, 4위, 8위에 올라 있다. 다승 1~10위에는 롯데 유먼(5승), 두산 니퍼트, NC 웨버, 홀튼(이상 4승) 등 4명이 랭크돼 있다.
지난해에는 평균자책점과 다승 상위 10명 가운데 외국인 투수는 각각 7명, 6명이나 됐다. 올해 이같이 외국인 투수들이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것은 국내 왼손 투수들이 약진하고 있기 때문으로도 풀이된다. KIA 양현종, 두산 유희관, 한화 유창식, SK 김광현, 롯데 장원준 등이 투수 각 부문 상위권을 점령한 상황이다.
하지만 타자 쪽은 다르다. 외국인 선수들이 '잔치판'을 펼쳐 놓은 느낌이다. 9개팀 외국인 타자 가운데 지금까지 낙제점을 받거나 실망감을 안겨준 타자는 한 명도 없다. 3년만에 등장한 외국인 강타자들이 타고투저 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홈런 부문은 넥센 박병호가 이날 현재 14개로 독주 체제를 갖춘 상황에서 두산 칸투가 10홈런으로 2위를 달리고 있다. LG 조쉬벨, 롯데 히메네스가 각각 8개의 홈런으로 공동 3위이며, NC 테임즈와 KIA 필이 7홈런으로 공동 7위에 올라 있다. 홈런 상위 10명 가운데 외국인 타자가 5명이다. 타점 상위권을 보더라도 히메네스가 31개로 1위이며 칸투(28개), 조쉬벨(26개), 필(25개), 피에(25개) 등이 레이스를 이끌고 있다. 삼성 나바로도 타율 2할9푼2리, 5홈런, 20타점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고, 넥센 로티노는 타율 3할1푼2리에 수비에서도 높은 공헌도를 나타내며 팀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매김했다.
타자들은 하나같이 칭찬 일색이지만, 투수 중에서는 벌써 퇴출 후보가 거론되고 있다. 전력 이탈자도 속출하고 있다. 넥센 나이트, 롯데 유먼, SK 울프, 한화 클레이가 현재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상황이다. 나이트는 지난 7일 휴식 차원에서 1군에서 말소됐다. 유먼은 지난 6일 두산전에서 왼쪽 발목 부상을 입었다. 어깨 부상으로 지난달 1군서 제외된 클레이는 현재 2군 경기에 등판해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달 12일 1군서 제외된 울프는 한 달간의 재활을 마치고 13일 인천 두산전에 맞춰 1군에 복귀할 예정이다. 그 이전에는 삼성 밴덴헐크, NC 찰리, 삼성 마틴 등이 부상으로 2군서 재활을 한 뒤 올라왔다.
반면 타자들은 대부분 컨디션이 좋다. 히메네스가 시즌초 햄스트링 부상으로 열흘 정도 늦게 합류했지만, 이후 폭발적인 타격으로 팀타선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메이저리그 135홈런의 경력을 지닌 SK 스캇도 손목 부상을 딛고 13일 1군에 등록될 것으로 보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