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독이 든 성배'가 될까. LG 트윈스의 18대 감독으로 양상문 MBC 스포츠+ 해설위원이 선임됐다.
그동안 17명이나 거쳐간 자리. 하지만 프로야구 지도자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자리가 LG의 감독 자리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최고 인기 구단, 1990년대 전성기를 보내면서 빠르게 명문구단 반열에 오른 LG의 사령탑 자리는 지도자들에겐 선망의 대상과도 같았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LG 감독직을 두고, '독이 든 성배'라는 얘기가 나왔다. 모기업 고위층의 극진한 야구 사랑, 야구단에 대한 관심은 사령탑 자리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구단 수뇌부가 윗선의 눈치를 보든, 위에서 직접 지시가 내려오든 LG 감독 자리는 언제나 바뀔 수 있는 위험한 자리로 평가받고 있다.
2002년 이후 10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하면서 총 6명의 지도자가 사령탑에 올랐다. 2003시즌을 앞두고 1990년대 초 신바람 야구를 이끌었던 이광환 감독이 다시 지휘봉을 잡았으나, 6위로 시즌을 마감한 뒤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유니폼을 벗었다. 팀 체질 개선을 위해 2004시즌을 앞두고 LG는 이순철 감독을 선임했다.
해태 타이거즈의 이미지가 강했던 이순철 카드는 파격적이었다. 카리스마를 앞세운 이순철 감독이 LG의 '도련님 야구'를 어떻게 조련할 지가 관심사였다. 하지만 이순철 감독 역시 LG를 바꿔놓지 못했다. 2004년과 2005년 2년 연속 6위에 머물고, 2006시즌 도중 자진사퇴했다.
LG는 양승호 감독대행 체제로 2006시즌을 마감했다. 성적은 최하위. 구단은 또다시 새 감독을 찾았다. 이번엔 현대 왕조를 이끈 김재박 감독이 '우승 청부사'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김재박 감독도 LG를 살리지 못했다. 지휘봉을 잡은 첫 해 5위로 시즌을 마친 뒤, 2008년 최하위, 2009년 7위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남기고 재계약에 실패했다.
2010시즌을 앞두고 LG는 두산 2군 감독이던 박종훈 감독에게 파격적인 5년 계약을 안겼다. 두산의 '화수분 야구'를 이끈 박 감독에게 리빌딩을 맡겼다. 하지만 이번에도 조급증이 도졌다. 리빌딩을 모토로 박 감독을 선임해놓고, 2년 만에 성적 부진을 이유로 교체했다. 자진사퇴 형식이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사실상의 경질이었다.
김기태 감독은 2009년 말 LG 2군 감독을 시작으로 한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박 감독 후임으로 2011년 말부터 지휘봉을 잡았다. 김기태 감독은 감독 2년차였던 지난 시즌 LG를 정규시즌 2위로 이끌면서 '모래알'이란 소리를 듣던 LG 선수단을 하나로 결속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역시 계약 마지막 해에 사의표명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마치 저주 같았던 10년의 시간, 숙원을 풀었음에도 LG 감독 자리는 유지되지 못했다. 과연 양상문 신임감독이 '독이 든 성배'의 오명을 벗겨낼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