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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새 1번 백창수, 세대교체의 중심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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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년만에 가을잔치에 진출했던 LG 트윈스는 1년만에 분위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시즌 초반 부진에 김기태 감독이 자진사퇴했으나, 여전히 반등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10일 목동 넥센전에서 4대2로 승리하면서 가장 늦게 10승을 신고했을 정도다. 좀처럼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반가운 새 얼굴이 있다. 새로운 리드오프 백창수(26)다. 백창수는 지난 3일 1군에 올라온 뒤, 어느새 주전 한 자리를 꿰찼다. 그것도 모자라 1번타자로 중용되고 있다.

흔히 팀 성적이 바닥을 치면, 새 얼굴들을 찾기 마련이다. 시즌을 포기하는 시점이 되면 2군 선수들이 줄줄이 1군에 올라온다. 과거 LG가 암흑기를 보내던 시절도 그랬다. 하지만 이들이 붙박이 주전이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리빌딩'을 외치지만, 이듬해가 되면 그동안 익숙하던 주전들을 찾는다.

하지만 백창수는 '반짝'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분위기 전환은 물론, 세대교체의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감독대행 역할을 하고 있는 조계현 수석코치는 11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창수가 잘하고 있다. 지금 대로면 충분히 되지 않겠나"라며 백창수를 계속해서 1번타자로 활용할 의사를 내비쳤다.

백창수의 1번 기용은 사실 9연전 일정 탓에 나왔다. LG 코칭스태프는 기존 1번타자였던 박용택의 체력안배를 위해 오지환과 백창수를 1번으로 테스트했다. 오지환이 9연전 두번째 경기였던 4,5일 두산전에 1번으로 나왔고, 6일 한화전부터는 백창수가 꾸준히 1번타자로 나서고 있다.

1군에 올라온 뒤, 조금씩 감을 잡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어린이날 빅매치였던 5일 잠실 두산전에서 9번타자로 나서 3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한 게 컸다. 백창수가 1번타자로 자리잡으면서 박용택은 중심타선으로 내려가 출루나 주루플레이에 대한 부담감을 덜었다.

백창수는 지난해 일본 고지 마무리훈련 때부터 코칭스태프의 눈에 들었다. 경찰청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뒤, 이를 악물고 플레이하는 게 눈에 띄었다. 조계현 수석코치는 당시를 회상하며 "우린 선수들의 눈동자를 많이 보지 않나. 창수의 눈빛이 좋았다. 훈련량도 엄청났다. 내야와 외야 모두 움직임이 좋더라"고 말했다.

조 수석은 어느 날 백창수에게 "창수야, 나이가 어떻게 되냐?"라고 물었다. 조 수석은 "27살입니다"라는 백창수에게 "아직 시간이 많네"라며 어깨를 두드려 줬다.

하지만 백창수에겐 그 말이 좋지 않았다. 조 수석은 "표정이 왜 그러냐?"고 되물었고, 백창수는 "전 올해 아니면 안 됩니다. 꼭 1군에 가야 합니다"라고 당당히 대답했다.

코칭스태프를 흡족하게 만든 자세였다. 마무리훈련 이후 스프링캠프 때에도 확실히 눈도장을 받았고,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비록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다시 2군으로 내려갔지만, 군입대 전 2010년과 2011년 총 35경기를 나선 게 전부인 무명선수의 인생역전은 이렇게 시작됐다.

백창수는 LG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뒤, 포지션을 3루수로 변경했다. 고교 시절 외야를 봤지만, 살아남기 위해 포지션을 바꿨다. 꽉 찬 외야진 탓에 내야수로 뛰기 시작한 것이다.

신고선수로 보낸 2년의 시간 동안, 방출의 위협 속에서도 이를 악물고 뛰었다. 백창수는 "그땐 선수도 아니었다. 지금 NC에 계신 이동욱 수비코치님과 매일 펑고훈련을 하면서 뒹군 게 생각난다"고 했다.

그 사이 LG의 베테랑 외야수들은 나이가 들어갔다. 백창수는 마무리캠프 때부터 다시 외야 글러브를 잡고 내외야를 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다시 외야 한 자리를 꿰찼다.

백창수는 "처음엔 걱정도 좀 됐는데 이젠 외야에서 공을 잡는 게 재미있다"며 웃었다. 물론, 아직 100% 완벽하진 않다. 11일 경기에서도 1회 자신의 키를 넘기는 넥센 문우람의 타구를 아쉽게 놓치며 선취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조 수석은 "외야에 젊은 피 수혈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백창수가 LG 외야진 세대교체의 중심에 서게 됐다. 신고선수로 프로에 온 뒤 포지션을 변경해야 했던 그의 처지가 180도 바뀌었다.

목동=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