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의 '국대 수문장'이 브라질월드컵 휴식기를 앞둔 마지막 경기에서 운명처럼 격돌한다.
울산 골키퍼 김승규(24)와 부산 골키퍼 이범영(25)의 시즌 2번째 맞대결이다. 울산과 부산은 11일 오후 2시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펼쳐지는 K-리그 클래식 12라운드에서 맞붙는다. 김신욱과 양동현의 '창' 대결도 관건이지만, 김승규와 이범영의 '국대 방패' 대결에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6일 부산아시아드경기장에서 펼쳐진 K-리그 클래식 6라운드, 두 골키퍼의 폭풍 선방속에 부산과 울산은 0대0으로 비겼다. 김봉수 A대표팀 골키퍼 코치가 관전한 경기에서 한치 양보없는 팽팽한 경기력으로 품격을 입증했다.
한살 차이인 이들은 청소년대표 시절부터 피할 수 없는 라이벌이었다. 최인영-김병지-이운재-정성룡의 뒤를 이을 차세대 수문장으로 주목받았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선 이범영이 한 발 앞섰다. 영국과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눈부신 선방쇼를 펼치며 홍명보호의 4강행을 이끌었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의 A대표팀에선 김승규가 한발 앞섰다. 지난해 8월 페루전에 선발출전해 특유의 순발력과 투지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8일 김승규와 이범영은 함께 웃었다. 홍명보 감독이 발표한 브라질월드컵 23인의 최종 엔트리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최고의 무대에 함께 나서게 됐다.
올시즌 리그 초반 이범영의 활약은 눈부셨다. 3라운드 서울 원정(2대1 승)에서 한경기에서 2개의 페널티킥을 선방하는 '초능력'을 선보였다. 부산은 서울 원정에서 12년만에 승리했다. 6라운드 최강 울산전에서는 김신욱, 하피냐, 한상운 등 리그 최강 공격진을 상대로 미친 슈퍼세이브 능력을 선보였다. 조민국 울산 감독은 경기 후 이례적으로 "상대선수지만 이범영을 칭찬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3라운드, 6라운드에서 2번이나 리그 MVP에 선정되는 활약을 펼쳤다. 7개의 날선 유효슈팅을 온몸으로 막아섰다. 그러나 11라운드까지 실점은 김승규가 적다. 김승규의 울산은 11경기에서 8골을 허용했다. 이범영의 부산은 11경기에서 12골을 내줬다.
양팀의 분위기 역시 한달전 6라운드 때와는 사뭇 다르다. '1강'으로 지목된 울산이 부진하다. 6위로 내려앉았다. 최근 6경기에서 4무2패로 무승이다. 홈에서도 2무1패로 3경기 연속 무승이다. 주전 누수도 있다. 센터백 김치곤이 제주전 퇴장으로 인해 뛸 수 없다. '국대 풀백' 이 용은 사타구니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하다. 7위 부산과의 승점차는 3점이다. 부산은 직전 경남전(2대2)에서 임상협이 부활포를 쏘아올리는 등 공격라인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원정 징크스다. 올시즌 원정 6경기에서 1승에 그쳤다. 울산은 안방에서 부산에 강했다. 홈 7경기 연속 무패(5승2무)다. 휴식기 전 마지막 경기인 만큼 승리를 향한 양팀의 의지 역시 확고하다. 최후방 '국대 철벽' 맞대결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