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23명의 얼굴이 공개됐다.
깜짝 발탁은 없었다. 깜짝 탈락은 있었다. K-리그 간판 중원사령관으로 성장한 이명주(24·포항)는 전력 운용상 홍명보호와 궁합이 맞지 않았다. 박주호(27·마인츠)는 부상으로 낙마했다. 깜짝 승선을 노린 차두리(34·서울)의 이름은 없었다.
평균 연령 25.9세로 역대 월드컵대표팀 가운데 가장 어리다. 30대 선수는 곽태휘(33·알 힐랄)가 유일하다. 월드컵을 경험한 선수는 5명에 불과하다. 월드컵 최다 출전 선수가 2회인 박주영(29·왓포드)이다. 다만 해외파 비율이 무려 74%로 상승했다. 17명이 국제 무대를 누비고 있다.
결국 홍명보 월드컵대표팀 감독은 황금세대의 길을 선택했다. 최종엔트리에는 지도자 인생을 모두 담았다. 2005년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홍 감독은 2009년 첫 지휘봉을 잡았다. 이집트 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이었다. 무명 선수들을 이끌고 8강 신화를 달성했다. 그리고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을 거쳐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연출하며 최고의 명장으로 우뚝섰다.
홍 감독은 지난해 브라질호의 지휘봉을 잡았다. 최종엔트리 23명 가운데 14명이 청소년월드컵과 올림픽을 함께 한 인물들이다. 박주영 구자철(25·마인츠) 기성용(25·선덜랜드) 김보경(25·카디프시티) 윤석영(24·QPR) 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 김영권(24·광저우 헝다) 정성룡(29·수원) 김승규(24·울산) 이범영(25·부산) 황석호(25·산프레체 히로시마) 지동원(23·아우크스부르크) 박종우(25·광저우 부리) 김창수(29·가시와) 등이다. 런던올림픽에 발탁됐다 부상으로 대회 직전 제외된 한국영(24·가시와)을 포함하면 15명이다.
곽태휘를 제외한 그 외 7명도 20대다. 그들 또한 사실상 홍명보호와 함께 호흡했다. 이청용(26·볼턴)과 김신욱(26·울산)은 기성용 구자철과 동기지만 호적상 한 살 많아 운명이 살짝 비켜갔다.
홍 감독은 이날 "올림픽이 끝나고 그 선수들을 다 잊었다"고 했다. 하지만 박주호의 대체자원으로 윤석영, 부상에서 회복한 후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가 적었던 김창수를 재신임한 것에는 홍 감독의 애정이 묻어있다.
'홍명보 아이들'은 청소년→올림픽→월드컵 단계를 모두 거쳐가는 한국 축구의 첫 황금세대다. 8강과 동메달에 이어 브라질에서 사상 첫 월드컵 원정 8강에 도전한다. 결국 성패는 결과가 말해준다. 해피엔딩이면 '대박'이다. 반대의 결말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다.
8일 최종엔트리를 발표한 홍 감독은 전날 밤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고배를 마실 선수들이 눈에 밟혔다. 그렇다고 행보를 멈출 순 없었다. 그는 "브라질월드컵에 참가하는 32개국 가운데 가장 힘든 도전을 해야 하는 팀"이라는 말로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활은 시위를 떠났다. 홍 감독은 "역대 월드컵 대표팀 중 최강 전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최고의 팀이 되기 위해서 준비를 잘 하겠다. 역대 대표팀 멤버와 비교해 연령이 낮아졌지만 연령에 비해 경험이나 재능은 뒤지지 않는다"며 각오를 다졌다.
한국은 브라질월드컵 H조에서 러시아(6월 18일 오전 7시·이하 한국시각), 알제리(6월 23일 오전 4시), 벨기에(6월 27일 오전 5시)와 차례로 격돌한다.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은 눈물로 가득하다. "여러분들이 우리 팀을 항상 '홍명보호'라고 비유하는데 이번 세월호 사고를 통해 다시 한번 무한한 책임을 알게 됐다. 사명감으로 지금 어려운 대한민국을 위해 국민 여러분께 희망의 불씨를 전하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
최종엔트리 발표 기자회견장에는 '온 힘을 다하여 국민들의 희망이 되겠습니다! ONE KOREA'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홍명보호의 브라질 여정이 시작됐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