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때문에 이겼어."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3연전 마지막 경기가 열린 8일 잠실구장. 한화 선수단은 전날 연장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둔 탓인지 활기찬 분위기 속에 훈련을 진행했다.
경기 전 만난 김응용 감독은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며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던 김 감독이 한 선수의 타격 훈련을 보며 "중심이 흔들려서는 안되는데..."라며 안타까워 했다. 그 선수는 신인 포수 김민수였다.
타격 자세는 마음에 안들었지만, 그래도 제자가 대견했는지 방긋 웃으며 김 감독은 한마디를 던졌다. "어제는 쟤때문에 이겼어"였다. 평소 칭찬에 인색한 김 감독의 스타일을 감안했을 때, 이 한마디는 가히 최고의 칭찬이라 할 수 있었다. 김민수는 7일 경기 교체로 출전해 후반 2개의 결정적인 도루 저지로 팀 승리에 밑바탕이 됐다. 김 감독은 "김민수의 도루 저지 2개 아니었으면 이기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김민수에 대한 칭찬을 더 부탁하자 "알만 안까면 된다. 얼마나 알을 까는지"라며 웃고 말았다. 평소 김민수가 블로킹이 약해 뒤로 빠뜨리는 공이 많은 것에 대한 아쉬움을 애둘러 표현한 것. 그래도 칭찬을 잊지 않았다. 김 감독은 "2루 송구는 참 괜찮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신인급 선수 중에서 송구만 놓고 보면 최고 수준으로 봐도 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한참을 생각하더니 "우리팀에서 제일 나은 것으로 하자"고 말하며 웃었다. 무뚝뚝한 한마디, 한마디였지만 1군에서 열심히 해주는 신인 제자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엿보였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