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립아이스하키리그(KIHL)가 대학 선수들에 도전의식을 심어주는 오아시스로 자리잡았다.
지난 해 10월,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제33회 유한철배 전국 대학부 아이스하키대회' 경희대와 고려대의 경기. 고려대 벤치가 22명으로 꽉찬 반면 경희대는 10명도 채우지 못했다. 허전한 경희대 벤치는 쓸쓸해 보일 정도였다. 체력소모가 커 잦은 선수교체가 이루어지는 아이스하키에서 부족한 선수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경희대는 이날 경기에서 내내 고려대에 끌려다녔다. 벤치에 돌아가기가 무섭게 다시 빙판으로 돌아와야했다. 경기 막판엔 제대로 뛸 힘 조차 없었다. 결국 그들은 1대8로 대패했다.
경희대가 처음부터 약체였던건 아니다. 10여년전에는 강호 고려대,연세대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아시아리그가 출범한 이후 프로리그 진출이 어려워지면서 진학을 포기하거나 입학 후에도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함때문에 지금껏 해온 아이스하키를 포기하고 학업을 택하는 등 경희대 아이스하키부는 팀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평소 경희대를 눈여겨보던 한국독립아이스하키리그 김홍일 대표는 재능있는 선수들이 경기 외적인 문제로 날개를 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다 김영곤 경희대 감독을 직접 만나 설득에 나섰다.김 대표는 대학 아이스하키리그가 없는 4~10월 6개월 동안 경희대 졸업예정자들을 독립리그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김 감독은 절대적으로 경기 수가 부족한 대학아이스하키 선수들의 실전감각 유지를 위해서도 독립리그 출전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흔쾌히 찬성했다.
계속 아이스하키를 해온 선수들이지만 아시아리그나 해외리그에서 활약해 온 선수들과 단박에 맞붙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에 김 대표를 비롯한 독립리그 측은 상해보험과 제휴병원 계약 체결 등 경기 중 일어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했고, IIHF룰을 적용하면서도 독립리그 로컬룰을 만들어 대학 재학생에게 최대한의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 독립리그 시작과 함께 블레이저스 소속으로 출전한 김재우를 비롯해 지난 3일 독립리그 2라운드 두번째 경기인 블레이저스 vs 타이탄스전에 임진수, 백승하 등이 타이탄스 소속으로 리그 첫 경기를 소화해냈다. 앞으로 임진수와 백승하는 웨이브즈, 이상헌은 블레이저스, 그동안 블레이저스에서 뛰던 김재우는 타이탄스로 적을 옮겨 남은 5개월간 독립리그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재학생의 독립리그 진출을 두고 한 하키계 관계자는 "국내 대학선수들에게 가장 부족한건 실전감각"이라며 "경희대 재학 선수들이 독립리그에 진출함으로써 다양한 리그를 경험한 선수들과 함께 부딪히며 목표의식과 도전의식을 가질 수 있다"고 대학 재학생의 독립리그 진출에 대해 평가했다. 경희대 재학생으로 첫 독립리그 진출선수인 김재우는 "독립리그가 생겨서 실업팀 출신 선배들은 물론 해외리그를 경험한 선수들과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며 "앞으로 선수생활을 하는데 있어 독립리그에서의 경험이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전의식을 심어주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경희대 재학생의 리그 진출과 함께 독립리그는 지난 시즌까지 하이원에서 뛴 용현호 골리가 합류하고 역시 하이원 출신의 베네딕트 송, 유원우 NCAA출신의 한상혁 등이 리그에 도전하면서 독립리그는 리그 활성화는 물론 한국 아이스하키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