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8일이었다.
소치동계올림픽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그녀의 기념 메달을 발매하는 자리였다. '피겨여왕'의 김연아(24)는 웃을 수 없었다.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가슴에는 노란색 리본을 달았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합니다.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학부모 등 주변 사람들의 슬픔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입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일주일 전인 21일에는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자를 위해 유니세프를 통해 1억원을 기부했다. 김연아는 이날 트위터에 '기적이 일어나길 간절히 기도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김연아가 얼음판에 다시 선다. 그녀는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특설 아이스링크에서 펼쳐지는 아이스쇼에 나선다. 테마는 'Adios, Gracias(아디오스, 그라시아스)'다,
일곱살때 올림픽 꿈을 꾸기 시작했다. 4년 전 밴쿠버올림픽에서 정상에 서며 꿈을 이뤘다. 은퇴와 현역의 경계에서 고민했다. 밴쿠버가 마지막 올림픽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한 발 더 나아가기로 했다. 소치에서 금메달보다 더 값진 은메달로 마침표를 찍었다.
'Adios, Gracias'는 '안녕, 고마워'를 뜻하는 스페인어다. 아이스쇼는 대서사시의 최종회다. 아낌없는 사랑과 성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감사의 무대를 꾸밀 계획이었다. 팬들의 반향도 상상을 초월했다. 지난달 1일 인터넷 예매를 시작한 지 30분 만에 사흘 공연 전 좌석이 매진됐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로 작별과 새로운 출발을 위한 아이스쇼 준비도 멈췄다. 당초 아이스쇼의 연기도 검토했다. 하지만 해외 초청 선수들의 일정과 팬들과의 약속을 지울 수 없었다. 고심 끝에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아이스쇼에서는 눈물을 담는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차분한 분위기에서 아이스쇼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연아는 약 2시간 동안 진행될 아이스쇼에서 소치올림픽 쇼트프로그램이었던 '어릿광대를 보내주오'를 연기한다. 현역 은퇴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투영한 새로운 갈라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자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의 선율에 몸을 맡긴다. 어느 때 보다 섬세하고 감성적인 프로그램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스쇼에는 독립군 의병장 민긍호 선생의 외고손자 데니스 텐(카자흐스탄)을 비롯해 소치올림픽 페어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 타티아나 볼로소자-막심 트란코프(러시아), 남자 피겨 싱글의 알렉세이 야구딘(러시아), 스테판 랑비엘(스위스) 등이 출연, 김연아의 현역 은퇴무대를 빛낼 예정이다.
김연아의 마지막 시간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