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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NC 테임즈, "성적? 내 기대엔 못 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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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70% 정도 기대했는데 90% 이상 해주고 있지."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은 외국인타자 테임즈만 보면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스마일맨'답게 언제나 훈훈한 미소를 보이고 있는 테임즈가 1루에서 다이빙캐치라도 하면 놀랍기만 하다.

테임즈의 현재 포지션은 1루수다. NC의 붙박이 주전 1루수다. 그런데 그는 메이저리그는 물론 마이너리그에서도 1루수로 뛴 적이 없다. 아마추어 시절에만 1루수로 잠시 나섰을 뿐이다.

NC가 그를 영입할 때 고심했던 부분도 포지션 문제였다. NC는 외야가 꽉 찼다. 지난해 도루왕 김종호와 팀의 미래로 키우고 있는 나성범이 건재하고, FA(자유계약선수)로 이종욱까지 데려왔다. 지난해 주전으로 뛴 권희동이 대타요원이 됐을 정도다. 이외에도 오정복 박정준 등이 대기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팀의 네번째 외야수로 뛰기도 했던 테임즈로서는 포지션 변경이 모험에 가까웠다. 하지만 테임즈는 계약 당시부터 팀 상황을 이해하고 "한 번 해보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런데 프로에 와서 1루수를 처음 본 야수치곤 수비가 좋다. NC 코칭스태프 역시 놀랐다. 스프링캠프에서 수비훈련을 할 때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임했다. 훈련 종료 후 '엑스트라워크'를 자청할 정도였다. 매일 이동욱 수비코치에게 "10개만 더!"를 외치며 움직였다.

김경문 감독은 아무리 외국인선수라도 설렁설렁 하는 모습을 참지 못한다. '용병'으로 불릴 정도로 국내 선수들과 다르게 볼 수밖에 없지만, 팀워크에 저해가 되는 행동은 용납하지 않는다.

과거 외국인타자들은 타격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수비를 기대하고 외인들을 데려온 건 아니다. 자연히 수비 등 야구를 대하는 태도에서 태만함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테임즈는 다르다. 야구를 대함에 있어 항상 진지하다. 삼진이라도 먹고 들어오면 미소를 거두고 굳은 표정으로 무엇이 잘못됐는지 곱씹는다. 1루 수비가 처음이지만, 팀에서 역할을 준 만큼 완벽을 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잦은 다이빙도 그래서 나왔다. 최근 야구에선 1루수의 중요성이 커졌다. 좌타자들이 많아지면서 3루 못지 않은 '핫코너'가 됐다. 선상으로 타구가 빠지기라도 한다면 쉽게 장타가 된다. 테임즈는 자신이 수비하는 쪽에서 문제가 생기는 걸 원치 않는다.

김경문 감독은 테임즈의 다이빙캐치를 보고 놀랄 때가 많았다. 그는 "수비는 70% 정도만 기대했는데 지금 90% 이상을 해주고 있다. 외국인선수 중에는 건성으로 수비하는 선수들도 많은데 테임즈를 보면 정말 기특하다"고 말했다.

테임즈에게도 단점은 있다. 극단적인 어퍼스윙을 한다. 과거 한국야구에서 그의 닮은 꼴을 찾기 힘들 정도다. 극단적인 스윙으로 인한 단점도 있지만, 장점도 크다. 호쾌한 스윙, 빠른 배트스피드로 자신의 약점을 극복한다. 4월까지 홈런 6개로 이 부문 공동 2위에 올라있다. 나란히 5홈런을 기록중인 나성범-이호준과 함께 강력한 클린업트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김 감독은 "테임즈는 자기 단점을 안다. 메이저리그 때부터 코치들과 얘기를 많이 한 것 같더라. 하지만 단점을 보완하려다 장점을 잃는 경우가 있다. 테임즈의 현재 스윙은 괜찮다"고 평했다.

테임즈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는 "미국에서는 한국처럼 컨택트 위주의 스윙을 하는 선수가 별로 없다. 홈런이나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만들려 한다. 나도 자연스럽게 이런 스윙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미국과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는 한국야구에 대해선 '공부하는 중'이란 표현을 썼다. 테임즈는 "한국투수들을 상대하려면 인내심이 많아야 할 것 같다. 정면승부보다는 커브나 포크볼 등을 쓰면서 변화구 승부를 많이 한다"며 "투수들이 던지는 걸 보면서 한국야구를 공부하고 있다. 준비를 계속 하고 있다"고 했다.

테임즈에게 김 감독의 칭찬을 전하자 "감독님께 고맙다. 코치님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 이동욱 수비코치가 쳐주는 펑고를 열심히 받고 있다. 팀이 승리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

테임즈는 4월 한 달간 타율 3할7리 6홈런 18타점을 기록중이다. 김 감독은 외국인타자가 장타를 갖췄다면, 2할8푼만 쳐줘도 괜찮다고 하는데 정확성까지 뽐내고 있다.

테임즈는 지난 한 달을 돌이키며 "아직은 한국야구를 알아가는 중이다. 한 달 있으면서 투수들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은 공부하려고 노력했다"며 "솔직히 내가 해줘야 할 성적은 못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성적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4월을 단독 2위로 마친 NC, 이런 외국인타자가 있어 더욱 무서운 게 아닐까.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