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슈퍼매치의 백미는 역시 '수원과 서울 양팀 서포터들의 열광적인 응원전'이다. 국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양 팀 서포터들은 매번 슈퍼매치때마다 목소리를 높이며 노래를 부르고 함성을 지른다. 또 다양한 카드 섹션으로 분위기를 띄운다.
하지만 2014년 첫 K-리그 슈퍼매치는 달랐다. 시대의 슬픔에 동참했다. 수원 구단은 경기전부터 전광판을 통해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와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금일 경기는 장내, 외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팬여러분의 양해를 부탁한다'는 공지를 올렸다.
양 팀 서포터들 모두 공식적인 응원을 하지 않기로 했다. 선수들을 응원하는 문구 대신 추모와 위로의 메시지가 걸개에 걸렸다. 수원 서포터들은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우리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도합니다', '슬픔과 간절함을 함께 합니다', '2014년 4월16일의 봄날을 기억하겠습니다' 등의 추모 걸개를 걸었다.
서울 서포터들 역시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우리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도합니다. 실종자들의 빠른 구조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간절히 원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 등의 걸개를 내걸었다. '세월호 사고를 추모하고 희망을 바란다'는 의미의 노란 리본도 함께 올렸다. 양 팀 감독은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았다. 선수들은 가슴에 노란 리본을 붙이고, 팔에는 노란 완장을 차고 경기에 임했다. 경기 시작 전에는 선수단과 2만9000여 관중이 함께 묵념을 했다.
차분한 분위기 속 슈퍼매치 본연의 뜨거움은 다른 방법으로 표출했다. 관중들은 차분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응원을 펼쳤다.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마다 격려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때로는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 선수들의 이름을 연호하는 모습도 있었다. 하지만 상대를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았다. 애도의 범위를 넘어서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응원이 펼쳐졌다. 시대의 슬픔에 공감하고 위로를 전하는 K-리그 팬들의 성숙함이 빛났다. 수원=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