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스가 다르다. '포항의 에이스' 이명주 이야기다.
이명주가 또 한번 날았다. 그는 27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인천과의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에서 후반 종료직전 쐐기골을 성공시켰다. 8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다. 그는 2라운드부터 10라운드까지, 경고 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한 서울과의 9라운드를 제외하고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4골-6도움이다. 그는 포항의 레전드이자 현재 팀을 이끌고 있는 황선홍 감독이 1995년 8월19일부터 10월4일까지 기록했던 팀 최다 연속 공격포인트와 타이를 이뤘다. K-리그 최다 연속 공격포인트는 2007년 전남의 까보레가 세운 9경기다. 이명주는 "기사를 보고 기록을 알았다. 욕심을 내니까 포인트가 안나오더라. 마음을 비웠더니 마지막에 기회가 왔다"며 웃었다.
이명주의 무게감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올시즌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포항은 지난 서울전(1대0)에서 승리했지만, 내용적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명주가 복귀한 인천전에서 바로 본연의 모습을 찾았다. 김승대 밑에 포진한 이명주는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최고의 모습을 보였다. 탁월한 키핑력을 앞세워 포항의 점유율 축구를 이끔과 동시에 마무리까지 한다. 수비시에는 가공할 기동력을 앞세워 압박의 중심에 선다. 이명주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라온 뒤 기회가 많아졌다. 공격포인트는 자연스럽게 따라온 것 같다"고 했다. 칭찬에 인색한 황 감독도 이명주에게는 엄지를 치켜올렸다. 황 감독은 "이명주는 포항 제로톱의 키 역할을 하고 있다. 대단히 만족스럽다. 지금의 컨디션을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명주는 올시즌 초반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올 초 진행된 대표팀 미국원정의 여파라는 분석이 이어졌다. 정작 이명주는 자신이 슬럼프라 생각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명주는 "나 스스로 슬럼프라 한적이 없다. 미국 원정에서는 어떻게 플레이하겠다는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발탁된 것이라 수비적인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더니 오히려 스타일을 살리지 못했다. 이제는 내 스타일 살리면서 마음 편하게, 재밌게 하니까 경기가 잘되더라"고 했다. 황 감독도 "이명주에게는 '따로 이야기 안해도 되지?'라고 한다. 그만큼 자신을 잘 컨트롤 하는 선수다. 소속팀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편한 활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브라질월드컵 출전에 대한 꿈은 버리지 않았다. 그는 "공격형, 수비형 미드필더 둘 다 소화가 가능한만큼 선발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어느 포지션을 서느냐 보다는 발탁이 먼저다"고 했다.
포항=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