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 성남-전남전, 0-0으로 팽팽하던 후반 37분 세트피스 상황, 현영민의 오른발 프리킥과 동시에 '광양루니' 이종호(22·전남)가 문전에서 솟구쳐올랐다. 백헤딩으로 스치듯 살짝 방향을 돌려놓은 공은 성남 골키퍼 박준혁의 손끝에 닿은 후 왼쪽 골망 구석으로 빨려들었다. 전남의 1대0 승리를 이끈 결승골이었다. 이종호를 '특급조커'로 돌려쓴 하석주 전남 감독의 노림수가 적중했다. 후반 10분 그라운드에 투입된 지 27분만에 결승골을 터뜨렸다. 그라운드에서 시원하게 포효했다. "교체로 들어가면 힘들다. 빠른 템포를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호흡도 잘 안터지고…. 골 넣고 벅찬 마음도 있었고 호흡도 올라왔고 해서 고함 한번 질러봤다"며 싱긋 웃었다.
▶이종호의 4골, 전남 승점 10점을 책임졌다
올시즌 '프로 4년차' 이종호의 약진은 눈부시다. 지난해 32경기에서 6골4도움을 기록했다. 올해는 10경기만에 4호골을 터뜨렸다. 김승대(포항·6골)-김신욱(울산 ·5골)에 이어 이동국(전북),양동현(부산) 등과 함께 3위다 . '전남유스' 이종호는 전남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다. 중학교 때부터 이 선수의 성장을 지켜봐온 누나팬, 삼촌팬들은 그라운드에서 "종호야!"라며 살갑게 이름을 부른다. 남녀노소 불문, 전남 서포터스의 레플리카에 '최다 마킹'된 이름은 단연 '17번 이종호'다.
'지동원 1년 후배' 이종호는 광양제철고 시절부터 탈고교급 스타플레이어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프로 데뷔 이후 3년은 혹독한 시련이었다. 손흥민(레버쿠젠), 윤일록(서울) 등 동기들에 비해 저평가됐다. 저돌적인 움직임, 파워는 좋지만, 문전에서의 여유없는 성급한 플레이, 욕심이 앞선 단독 플레이에 대한 지적을 많이 받았다. 프로 4년차, 인천아시안게임이 열리는 2014년, 프로선수로서 명운을 걸었다.
올시즌 이종호가 골을 넣은 4경기에서 전남은 지지 않았다. 이종호의 골은 모두 위기에서 팀을 구해낸 알토란 같은 골이다. 4골중 3골이 승부를 결정지은 결승골, 1골이 패배를 막은 동점골이다. 지난달 22일 경남 원정(3대2 승), 2-2로 팽팽하던 후반 5분 현영민의 도움을 받아 왼발 결승골은 이종호의 마수걸이골이었다. 지난 6일 포항전 후반 34분 동점골로 2대2 무승부를 이끌었고, 13일 부산전에서 전반 21분 짜릿한 결승골로 2대1 승리를 따냈다. 성남전에서도 후반 37분 천금같은 결승골로 짜릿한 승리를 일궜다. 10라운드까지 전남의 승점 19점(5승2무3패) 가운데 승점 10점을 책임졌다. 올시즌 초반 전남 상승세의 일등공신이다.
▶4년차 '광양루니' 약진 비결은 팀플레이
올시즌 이종호의 약진은 '함께하는 축구' 덕분이다. 인터뷰 때마다 '(김)병지삼촌' '(현)영민이형' '(방)대종이형' 등 선배들의 이름을 빼놓지 않는다. '왼발 공격수' 안용우와도 절친하다. '마케도니아 특급' 스테보와는 룸메이트다.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축구, 동료를 이용하는 연계 플레이를 통해 이종호는 성장했다. 하석주 감독이 늘 강조하는 팀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이종호는 올시즌 김병지 등 골키퍼들과 함께 일주일에 2번씩 개별 훈련을 하고 있다. "베테랑 병지삼촌이 골키퍼들이 잘 막지 못하는 포인트를 알려주신다"고 했다. "일주일 2번, 이광석 골키퍼 코치님, 골키퍼 형들과 함께 슈팅훈련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스테보와는 룸메이트다. "'테보형'이라고 부른다"며 웃었다.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테보형과 한방을 쓰면서 영어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테보형은 공격수로서 골에 대한 집념이 대단히 강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무조건 골을 넣어야한다는 생각을 한다. 평소에도 많은 조언을 해준다. 올시즌 스테보가 들어온 이후 상대 수비들의 견제속에 내게 기회가 오는 것도 사실이다. 태국-제주도 전지훈련에서 스테보와 호흡을 맞춰 많은 골을 넣었었다. 훈련때 준비한 그대로가 실전에서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 12년차 베테랑 풀백' 현영민과는 4골 중 2골을 합작했다. 올시즌 5번이나 프로축구연맹 베스트11에 선정된 현영민은 올시즌 10경기에서 1골2도움을 기록중이다. 2도움 모두 이종호를 향했다. 이종호는 "영민이형은 늘 믿고 패스해 주시고, 크로스를 올려주신다"며 각별한 고마움을 표했다. "전남 왼쪽 세트피스에서 '안용우-스테보'라인이 있다면, 오른쪽에선 '현영민-이종호' 라인이 있다"며 활짝 웃었다. 올시즌 약진의 비결 '팀플레이'를 이야기했다. "늘 우리팀 동료가 무엇을 잘하는지 빨리 간파하려고 노력한다. 킥 정확도는 어느쪽이 포인트인지, 긴지 짧은지, 성향을 빨리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하석주 감독 역시 흐뭇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종호는 이제 겨우 대학교 4학년 나이다. 전남유스 중에 기량이 가장 많이 늘었다. 키는 크지 않지만, 세트피스에서 제공권과 위치선정이 뛰어나다. 인천아시안게임을 목표 삼아 스스로 준비를 잘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감독으로서는 믿을 수밖에 없는 선수"라고 했다. '믿고 쓰는 전남유스'를 향한 최고의 찬사였다. 성남=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