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심호흡을 하면서 던졌다."
투수가 심호흡을 할게 뭐있나 하겠지만 넥센 히어로즈 금민철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오랜만에 관중의 응원소리를 들으며 던졌기 때문이다.
금민철은 26일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군복무 등으로 지난 2011년 5월25일 목동 KIA전 이후 1067일만에 1군 경기에 올라온 금민철이었다. 그리고 1095일만에 승리투수가 되는 기쁨을 맛봤다. 6⅓이닝 4피안타 1실점의 호투로 팀의 11대1 대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자신은 너무 오랜만의 피칭이라 떨림속에서 던졌다고. "너무 오랫동안 1군에서 안던져서 그런지 정말 많이 떨렸다"는 금민철은 "심장이 떨려서 계속 심호흡을 하고 던졌다"고 당시의 심정을 말했다.
2년여만의 등판에 전날 14점을 냈던 삼성을 상대로 홈런이 가장 잘 나오는 목동구장에서의 피칭. 분명 좋은 조건은 아니었을 터. 하지만 금민철은 긍정적인 마인드로 부담을 이겨냈다. 삼성이 전날 잘쳐서 부담이 안됐냐는 질문에 "전날 잘쳤으니까"라며 오히려 못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또 "야구장에 대해선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홈런에 대한 두려움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했다.
본인은 물론 팀에게 매우 귀중한 피칭이었다. 넥센은 최근 선발진이 부진의 연속이었다. 22일 롯데전서는 밴헤켄이 4이닝 7실점, 23일엔 나이트가 4이닝 8실점(7자책)으로 무너졌다. 25일 삼성전서는문성현이 5⅔이닝 동안 무려 11실점을 했다. 최근 선발이 너무나 부진한 가운데 금민철의 호투는 그야말로 햇살과 같았다.
금민철은 최고 구속이 138㎞에 그쳤지만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휘는 직구'로 삼성 타자들을 유린했다. 금민철의 직구는 오른손 타자의 몸쪽으로 자연스럽게 휘어들어간다. 금민철은 "검지가 다소 짧아서 중지에 힘이 많이 들어가고, 포심 패스트볼 그립도 다른 투수보다 비스듬하게 잡는다"며 자신의 휘는 직구를 설명. 힘을 주는 차이로 휘는 정도도 조절할 수 있다고 한 금민철은 "삼성 타자들이 내 공을 낯설어 했던 것 같다"면서 "김상수에게 홈런과 안타를 맞은게 좀 아쉽다"라고 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금민철은 생활 자체가 야구인 선수"라고 전하며 "이렇게 야구만 아는 선수들이 꼭 성공하면 좋겠다"라고 응원했다. 목동=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