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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감독, 박병호가 부진해도 된다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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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까지 터지면 안돼요!"

박병호는 넥센 부동의 4번 타자다. 2년 연속 홈런-타점왕에 오르며 정규리그 MVP를 연속 수상하기도 했다. 당연히 핵심 타자 중 핵심이다.

그런데 박병호는 24일 현재 2할5푼4리, 4홈런, 9타점에 그치고 있다. 홈런은 공동 7위, 타점은 공동 39위에 처져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좀처럼 컨디션이 안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박병호가 슬로 스타터이기는 하지만 요즘 방망이가 잘 안 맞자 스스로 실망하는 모습이 언뜻언뜻 보인다.

그런데 넥센 염경엽 감독은 25일 삼성전에 앞서 "병호가 잘 안 맞아도 된다"고 잘라말했다. 아직까지 타격 컨디션을 잘 못찾고 있다는 이유다. 하지만 감독으로서 4번 타자의 부진에 대해 별 걱정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기는 쉽지 않다. 그것도 대상이 2년 연속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 거포로 기대감이 클 수 밖에 없는 박병호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넥센이 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뜻도 된다. 넥센은 24일 현재 13승6패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초반이기는 하지만 지난해보다 훨씬 페이스가 좋다. 무엇보다 타선의 힘이 워낙 강하다보니 박병호의 침묵이 도드라져보이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24일 현재 넥센에는 3할 타자가 4명이나 된다. 강정호(0.338) 김민성(0.329) 이택근(0.304) 등 중심 타선뿐 아니라 포수부터 내야수, 외야수까지 번갈아 뛰고 있는 외국인 선수 로티노(0.375)까지 가세해 있다. 특히 로티노는 상하위 타순을 오르내리면서도 삼성 박석민에 이어 타율 2위를 달리고 있다. 9개 구단 외국인 타자 가운데 이름값은 가장 떨어졌지만, '투자 대비 효과'만큼은 최고 수준이다.

넥센의 타선이 얼마나 강한지 로티노는 25일 삼성전에선 7번 타자로 나섰다. 전체 타율 2위의 선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넥센의 타자 라인업이 탄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넥센 오더를 살피던 삼성 류중일 감독조차 "와! 쉬어갈 곳이 없네"라고 말할 정도다.

어쨌든 그 덕에 상대적으로 박병호의 부담감은 줄어들 수 있다. 염 감독은 "현재 타선이 전반적으로 상승세이다. 여기에 병호까지 터져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만약 사이클상 하락세일 경우 한꺼번에 부진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다른 선수들이 안 좋아졌을 때 병호가 컨디션을 회복해 제 역할을 해주면 된다. 당연히 그렇게 해 줄 선수다"라고 말했다.

박병호가 터지지 않아도 될 정도의 타선, 이것이 바로 넥센의 힘이다.목동=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