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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바르셀로나의 시대는 끝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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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의 시대는 끝난 것일까.

지난 몇년간 유럽축구를 지배한 바르셀로나가 올시즌 무관의 위기에 놓였다. 아직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지금의 분위기라면 쉽지 않다. FA컵에 해당하는 코파 델 레이 결승전에서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에 무너졌고,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패하며 4강 진출에 실패했다.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에서 예년만 못한 바르셀로나를 향해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바르셀로나 왕조가 끝이 났다'고, 다른 한쪽에서는 '바르셀로나는 여전히 바르셀로나'라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바르셀로나 왕조는 끝이 났다

이 의견을 주장하는 쪽은 바르셀로나가 정점에서 내려왔다고 분석한다. 축구에는 흐름이 있다. 완벽해 보이는 전술도 시간이 지나면 허점이 드러난다. 지난 몇년간 가장 완벽해 보였던 '티키타카(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갔다하는 것을 뜻하는 단어로 바르셀로나의 짧은 패싱게임을 나타내는 말)'에 대응책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강력한 압박과 높이를 앞세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측면과 스피드를 강조한 레알 마드리드가 바르셀로나를 괴롭혔다. 올시즌 부임한 타타 마르티노 감독은 점유율 축구의 비중을 낮추고 다양한 전술을 실험했지만, 바르셀로나의 색깔은 기본적으로 티키타카다. 이부분이 통하지 않았다는 것은 바르셀로나의 축구가 경쟁력을 잃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가 힘을 잃은 것은 주축 선수들의 노쇠화 때문이다.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다니 아우베스 등이 30대에 접어들며 예전처럼 역동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팔팔한 리오넬 메시조차 지난 몇년간 혹사에 따른 후유증을 겪고 있다. 그는 유럽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6.8km의 활동량에 그쳤다. 90분 동안 거의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새로운 피를 수혈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고 수준의 개인기를 갖고 있던 이들의 대체자를 찾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 바르셀로나는 유소년 선수 이적 문제로 국제축구연맹(FIFA)로부터 1년간 선수 영입 금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바르셀로나는 여전히 바르셀로나다

이 주장을 펼치는 쪽은 올시즌 바르셀로나가 운이 없었다고 얘기한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너무 많았다. 올시즌 선수들의 관리에 실패했다기 보다는 지난 몇년간 많은 대회를 병행하며 쌓였던 피로 문제가 터졌다는 의견이 많다. 전반기 메시가 부상으로 이탈했고, 후반기에는 수비수 헤라르드 피케와 골키퍼 빅토르 발데스가 쓰러졌다. 유틸리티 플레이어 아드리아누마저 잦은 부상에 시달렸다. 바르셀로나의 정신적 지주 카를레스 푸욜은 올시즌 사실상 팀에 기여하지 못했다. 시즌 내내 주축 선수들을 잃은채 경기에 임했음에도 바르셀로나는 모든 대회에서 우승 문턱까지 도달했다. 지난 몇년간 바르셀로나가 거둔 성적이 너무 뛰어났기에 상대적으로 실패한 시즌 처럼 보인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부상자들이 거의 없던 전반기 바르셀로나는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빠르게 상대 골문까지 전진하려는 마르티노 감독의 새로운 전술이 통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알렉시스 산체스와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맹활약을 펼쳤고, 메시 역시 부상 전까지 득점행진을 이어갔다. 기대를 한몸에 받고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은 네이마르도 무리없이 팀에 녹아들었다. 적어도 전술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었다. 마르티노 감독이 유럽 무대 경험이 많지 않아 선수 관리에 다소 문제를 드러냈지만,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다.

물론 선수 영입 금지는 바르셀로나에게 치명적이다. 발데스가 떠난 골문에 새로운 골키퍼가 필요하고, 수비진에도 보강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바르셀로나를 지탱시키고 있는 '라마시아'의 육성시스템은 여전하다. 연령별 대회에서 바르셀로나는 여전히 최강의 지휘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의 위기속에도 마르크 바르트라라는 신성 수비수를 발굴해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