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선수, 셔플댄스의 달인. 강수일(27·포항) 앞에 붙었던 수식어들이다.
실력은 논외였다. 바깥에서 넘치는 끼는 그라운드에서 침묵했다. 지난달 포항의 임대 제안을 받았을 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연봉을 깎더라도 포항에 가서 재기하겠다'고 다짐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들렸지만, 황 감독은 자존심을 버린 제자의 의지를 믿기로 했다. 강수일은 지난 6일 전남전 후반 교체 투입 됐으나, 부진한 활약에 그쳤다.
9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경남과의 클래식 7라운드에서 강수일의 자리는 선발이었다. 경기 하루 전 문창진의 왼쪽 무릎 부상이라는 돌발 변수가 기회가 됐다. 황 감독은 "(강수일이) 의지는 좋은데, 과한 감이 있다. 그간 아픔이 많았던 것 같다. 전남전을 마치고 '차분히 플레이 하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강수일은 결승골로 믿음에 화답했다. 전반 37분 경남 문전 혼전 상황에서 흐른 볼을 오른발슛 득점으로 마무리 했다. 제주 시절이던 지난해 8월 18일 대구전 이후 7개월여, 14경기 만에 얻은 값진 득점이다. 팀 플레이도 합격점을 받았다. 포항은 강수일의 맹활약과 김승대의 2골을 보태 경남을 3대0으로 완파하며 리그 6경기 연속 무패(5승1무)를 이어갔다. 와신상담했던 강수일과 그를 믿은 황 감독 모두가 웃은 날이었다. 포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