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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박용근, ‘천국과 지옥’ 오간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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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 4분에 걸친 연장 승부는 승자를 찾지 못했습니다. 어제 사직구장에서 펼쳐진 LG와 롯데의 시즌 첫 맞대결은 2:2 무승부로 종료되었습니다.

어제 경기에서 LG 박용근은 천국과 지옥을 오갔습니다. 2010 시즌 종료 후 경찰청에 입대한 박용근은 2012년 10월 전역 직후 불의의 사고에 휘말려 중상을 입었습니다.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 여부를 떠나 생명이 위태로운 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박용근은 기적적으로 털고 일어나 지난 시즌 2군에 합류해 실전 감각을 되찾았습니다.

전지훈련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 홈런을 터뜨린 박용근은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었고 어제 롯데전에는 유격수 겸 9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습니다. 2010시즌 이후 4시즌만의 선발 출전이었습니다.

3회초 1사 후 첫 타석에 들어선 박용근은 기습 번트 자세를 취해 롯데 선발 장원준의 제구력을 흐트러뜨려 볼넷으로 출루했습니다. 5회초에도 1사 1루에서 0-2의 불리한 카운트로 출발했지만 8구 끝에 볼넷으로 출루해 1사 1, 2루의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박용근은 박용택의 우전 적시타에 이은 임재철의 중전 적시타에 홈으로 생환해 2:2 동점 득점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7회초에는 1사 후에 나와 중전 안타로 출루했습니다. 3월 31일 사직 한화전 이래 3경기 4이닝 동안 단 한 명도 출루시키지 않은 이명우를 상대로 뽑아낸 안타였습니다. 9회초에도 1사 1루에서 7구까지 가는 풀 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골랐습니다.

9회말까지의 정규 이닝에서 박용근의 활약은 만점이었습니다. 1타수 1안타 1득점 3볼넷으로 100% 출루를 기록했습니다. 개막 이후 하위 타선이 취약했던 LG에 빛이 되었습니다. 경찰청 입대 이전까지 주로 2루수와 외야수로 출전했기에 과연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던 유격수 수비도 무난했습니다.

하지만 연장전에 접어들자 박용근은 공수 양면에서 흔들렸습니다. 2:2로 맞선 11회초 1사 1루에서 박용근은 3회초에 효과를 본 번트 자세를 취했지만 볼 카운트가 불리해진 끝에 삼진으로 돌아섰습니다. 1루 주자의 득점권 진루가 필요한 상황에서 진루타를 쳐주지 못한 것입니다.

11회말 박용근은 아찔한 실책을 기록했습니다. 선두 타자 신본기의 땅볼 타구를 포구하지 못한 것입니다. 9회말부터 유격수에서 2루수로 수비 위치를 옮긴 것이 부담으로 작용한 듯했습니다.

이어 이승화의 희생 번트에 대한 투수 정찬헌의 야수 선택으로 무사 1, 2루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1사 만루의 끝내기 패배 위기가 LG를 엄습했습니다. 만일 3루 주자 신본기가 홈을 밟는다면 경기는 LG의 패배로 귀결될 것이며 패배의 빌미는 박용근이 제공한 것이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찬헌이 강력한 구위를 앞세워 조성환을 삼진, 박종윤을 포수 파울 플라이로 처리해 박용근의 실책은 실점과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12회 연장 승부는 무승부로 종결되었습니다.

모처럼 선발 출전한 박용근은 천국과 지옥을 오갔습니다. 타석에서 끈질긴 모습을 보였지만 연장전에는 공수에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수비에서 실책이 있었지만 4번에 걸쳐 출루한 박용근에게는 당분간 선발 출전 기회가 부여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용선 객원기자, 디제의 애니와 영화이야기(http://tomino.egloos.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