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 4관왕' 손연재(20·연세대)의 꿈은 멈추지 않는다. 다음 미션은 18점대다.
지난해부터 20점대로 개편된 리듬체조 점수체계는 난도(D, Difficulty) 점수 10점, 실시(E, Execution) 점수 10점으로 나뉜다. 리듬체조에서 18점대는 꿈의 점수다. 러시아, 동구권 에이스들의 전유물이었다. 마르가리타 마문, 안나 쿠드랍체바 등 러시아 1-2위 선수들이 궁극의 연기를 펼쳤을 때 찍는 점수다. 포르투갈 리스본 월드컵에서 '러시아 3인자' 마리아 티토바가 개인종합 예선 리본에서 18.150점을 찍었다. '벨라루스 에이스' 멜리티나 스타니우타는 직전 독일 슈투트가르트월드컵 후프, 곤봉에서 잇달아 18점대를 기록했다. 손연재는 리스본에서 4종목 모두 17점대를 기록했지만, 스타니우타, 티토바를 누르고 후프(동메달)를 제외한 전종목에서 우승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리듬체조 국가대표이자 최초의 1급 심판인 김지영 대한체조협회 강화위원장에게 손연재의 18점대 진입 가능성을 물었다. "충분히 가능하다"는 긍정의 답변이 돌아왔다.
손연재는 리스본월드컵에서 후프 17.900점, 볼 17.800점, 곤봉 17.550점, 리본 17.950점을 받아들었다. 리본은 18점대에 0.050점, 후프는 0.100점 모자랐다. '1회전' 차이로 18점대를 놓쳤다. 손연재 역시 4종목 프로그램 난도를 러시아, 동구권 등 다른 상위권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모두 20점 만점을 목표삼아 구성했다. 연기 전 심판진에게 제출하는 난도표대로 단 한치의 오차없이, 감점없는 연기를 할 경우 20점을 목표삼는다는 뜻이다.
리듬체조 심판진은 D 부문에 4명, E 부문에 4~5명이 배정된다. 4명의 심판이 매긴 점수 가운데 최고점수, 최저점수는 뺀 2명 심판의 중간점수 평균이 해당선수의 점수가 된다. 손연재의 리본 점수 17.950점의 경우 난도점수는 8.950점, 실시점수는 9.000점이다. 4명의 난도, 실시에서 최고점을 부여한 심판들은 모두 9.000점 이상을 줬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후프의 경우에는 난도 8.950점, 실시 8.950점을 받았다. 이 역시 최고점을 부여한 심판은 9점대를 줬을 가능성이 높다. 심판진의 눈에 부문별 '9점대' 점수가 눈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18점대에 0.05점 차로 근접한 것은 분명하다. 이 마지막 0.05점차는 손연재가 스스로 늘 강조하는, 실수없는 완벽한 연기와 부단한 연습, 완성도와 숙련성으로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런던올림픽 이후 손연재는 '아시아의 요정' 자리를 공고히 했다. 이 시점에서 18점대의 의미는 크다. 아시아를 벗어나 명실상부한 월드클래스로 업그레이드되는 점수다. 18점대를 찍으면 메달은 자동으로 따라온다. 18점대 점수를 확보할 경우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떼논 당상'이다. 2년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톱5'를 넘어 메달권을 노리기 위해서 18점대 점수는 반드시 이뤄야할, 실현가능한 꿈이다.
런던올림픽 자력진출, 월드컵 종목별 결선 진출, 월드컵 종목별 메달, 월드컵 종목별 멀티메달, 월드컵 개인종합 금메달에 이르기까지 지난 4년간 자신의 목표를 또박또박 이뤄온 손연재의 다음 미션은 '궁극의 점수' 18점대다. 리스본월드컵 개인종합 2위 스타니우타, 4위 티토바가 찍은 18점대 점수는 이제 '금메달리스트' 손연재에게 '못오를 나무'가 아니다. 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