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초반 의외의 투수전이 펼쳐졌다. 지난해 평균자책점 1위였던 NC 찰리는 그렇다 쳐도, 원정팀 투수의 호투는 의외였다. 한화 선발 유창식이 확실히 달라졌다.
한화 유창식은 8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했다. 이날 기록은 5⅓이닝 2실점. NC 타선에 5안타 4볼넷을 내주고, 삼진 5개를 잡아냈다. 잘 던지다 한 차례 흔들린 게 실점으로 이어졌다.
이날 유창식의 피칭을 요악할 수 있는 두 가지 장면을 꼽아보자. 유창식은 올시즌을 앞두고 확실하게 성장했다. 투구 밸런스가 안정되면서 들쭉날쭉했던 릴리스포인트가 잡혔고, 제구력도 덩달아 좋아졌다.
▶이호준의 골프 스윙, 커브 추가한 유창식의 위력
유창식은 입단 초기만 해도 사실상 투피치 투수였다. 직구와 슬라이더를 주로 구사했다. 다른 공은 확실한 레퍼토리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커브를 장착하면서 유창식에게 변화가 생겼다. 횡으로 휘는 슬라이더에 종으로 떨어지는 커브, 이제 어느 정도 상대와의 수싸움이 가능해졌다.
이날 경기에서도 슬라이더와 커브가 시너지 효과를 냈다. 특히 공의 궤적상 좌타자 상대로 위력이 컸다. 최근 타격감이 좋은 NC 나성범은 1회말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고, 4회에는 몸쪽으로 바짝 붙인 직구에 또다시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5회에는 커브로 포수 파울 플라이 아웃시켰다.
유창식은 이날 94개의 공을 던졌다. 직구 58개, 슬라이더 19개, 커브 14개, 포크볼 2개로 비율도 좋았다. 커브는 확실한 무기가 됐다. 스리피치 투수로 거듭난 모습이었다.
유창식의 변화구가 먹힌 결정적인 장면. 2-2 동점이던 6회말 선두타자 이호준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을 때 모습이 돋보였다.
NC 4번타자 이호준은 '게스 히팅'을 즐겨 하는 베테랑이다. 볼카운트 2B2S에서 들어온 5구째 직구. 이호준은 어이없이 헛스윙을 하고 말았다. 마치 골프 스윙을 하는 듯했다.
이호준은 슬라이더나 커브에 궤적을 맞춘 것으로 보였다. 변화구를 생각하다 갑자기 직구가 들어오자 황급히 스윙 궤적을 바꿨다. 파울로 커트하려 했지만, 공은 스트라이크존 복판으로 파고 들었다. 느리게 나오던 배트를 갑자기 내다 보니, 공의 궤적과 상관없는 골프 스윙이 되고 말았다.
▶주자 나가면 여전히 불안, 멘탈을 잡아라
하지만 과제도 여전했다. 바로 '멘탈'이었다. 경험이 부족한 투수들은 잘 던지다가도 주자가 나가면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고졸 4년차인 유창식도 여전히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입단 시 7억원이라는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온 '7억팔'.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꾸준히 기회를 부여받았지만, 마운드에서 망신창이가 되는 날도 많았다.
아직은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좀더 익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역시 5회 1사 후 갑작스런 난조를 보이며 2실점했다. 1사 후 손시헌에게 좌익수 왼쪽으로 빠지는 2루타를 맞은 뒤, 갑작스레 제구가 흔들리며 지석훈과 허 준에게 연속 볼넷을 내줬다.
상대 8,9번 타자였다. 하위타선에 허무하게 볼넷을 내주며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자신의 공을 믿고 승부했어도 됐다. 하지만 유창식은 자신의 공을 믿지 못했다. 이종욱을 유격수 뜬공으로 잡으며 한숨을 돌리나 싶었지만, 모창민에게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맞고 말았다.
2회에도 1사 1,2루 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손시헌의 타구가 1루수 직선타가 되며 병살 플레이로 이어져 위기를 넘겼다. 3회에도 2사 후 이종욱에게 2루타를 맞은 뒤, 폭투로 3루 위기를 맞기도 했다. 여전히 주자가 나가기만 하면 흔들리고 있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