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기에서부터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아직 만회할 기회는 있다. 마이너리그 트리플 A 노포크 소속의 윤석민(28)의 시즌 첫 선발 등판은 처참한 실패로 돌아갔다.
지난 2월 메이저리그 볼티모어와 계약한 윤석민은 시즌 개막을 마이너리그에서 맞이했다. 스프링캠프에서 비자 문제로 실전 소화 이닝이 적다는 판단을 한 구단은 윤석민이 마이너리그에서 선발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9일(한국시각) 버지니아주 노포크의 하버파크에서 열린 그윈넷 브레이브스와의 경기에 나선 윤석민은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당초 5이닝 정도를 예상했다. 하지만 초반부터 상대 타선에 난타당한 끝에 2⅓이닝 만에 홈런 1개를 포함해 무려 11개의 안타를 얻어맞으며 9실점하고 조기 강판됐다.
처참한 경기였다. 구위와 제구력, 경기 운영능력 등 모든 면에서 윤석민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날과 같은 수준이라면 메이저리그 입성은 무리다. 굳이 부진의 원인을 찾자면 등판 일정의 잦은 변화에 따른 컨디션 조절 실패를 들 수 있다. 원래 윤석민은 이틀 전 경기에 선발 등판을 통보받았다. 그러나 팀내 사정과 비로 인해 등판일이 이틀 밀렸다. 최상의 상태를 만들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 정도 일정 변화는 메이저리그에서도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장마철에 우천으로 경기가 계속 순연되면 등판 간격이 불규칙하게 바뀌는 일이 다반사다. 따라서 등판 일정의 2일 연기는 근본적인 난조의 원인이 되긴 어렵다. 그보다는 윤석민의 몸상태 자체가 아직 완전치 않다고 봐야 한다.
이날 윤석민은 1회와 2회에 모두 2사후 실점했다. 마이너리그에 있는 타자들이라고 해서 쉽게 보면 큰일난다는 점을 체험했다. 힘과 기술이 메이저리거와 큰 차이가 없다. 먼저 1회초 실점상황을 보자. 1, 2번을 모두 내야 땅볼로 잡아낸 윤석민은 3번 조이 데르도슬라비치에게 볼카운트 2S의 유리한 상황에서 좌전 안타를 맞았다. 한복판으로 직구를 던졌다. 여유가 지나쳤다고 볼 수 있다.
이어 상대 4번 어네스토 메히아에게 2점 홈런을 허용했다. 이 역시 볼카운트 1S에서 2구째를 얻어맞은 것이다. 2사후에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계속 장타를 허용하는 것은 경기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0-2로 뒤진 2회에도 윤석민의 시련은 이어진다. 이번에는 제구력이 크게 흔들렸다. 선두타자 마크 해밀턴에게 볼카운트 1B2S에서 연속 3개의 볼을 던지면서 볼넷을 허용한 것이 시작이었다. 1회에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장타를 맞은 것을 의식해 2회부터는 변화구를 섞어던지며 신중하게 타자를 상대했지만, 제구가 안됐다.
이후 2명의 타자를 뜬공으로 잡아낸 것까지는 좋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또 2사후 적시타를 맞았다. 집중력이 흔들린 것을 지적할 수 있다. 호세 콘스탄자와 토드 커닝엄에게 각각 좌전 2루타와 유격수 쪽 내야안타를 맞아 또 2점을 내줬다.
3회에는 더 큰 시련이 찾아왔다. 선두타자 테도슬라비치부터 무려 5연속 안타를 맞아버렸다. 1, 2회에 실점하며 제구와 자신감을 완전히 잃은 듯한 모습마저 나왔다. 순식간에 3점을 허용한 윤석민은 크리스찬 베탄코트를 1루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겨우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았다. 그러나 다시 타일러 그린에게 2타점 적시 2루타를 맞은 뒤 강판됐다.
첫 경기에서의 윤석민은 최악의 경기를 했다. 제구력과 경기 운영능력, 집중력, 자신감 등 모든 면에서 평균 이하였다. 그러나 아직 시즌은 길다. 이 경기 하나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수는 없다. 윤석민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다음 경기를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