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막내구단 KT 위즈. 홈 개막전 전까지 치른 6경기에서 3승3패. 퓨처스리그 경기지만 신생팀 치고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6경기 중 10득점 이상 경기를 세 차례나 만들었다. 그래서 8일 수원 성균관대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퓨처스리그 경기를 기대감을 품고 지켜봤다. 하지만 결과는 2대14 대패였다. 1군급 선수들이 즐비한 SK의 전력이 너무 강했다. 또, 홈 개막전에 많은 취재진까지 몰리고 경기가 생중계되며 경험 없는 선수들이 긴장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프로팀에 이런 부분은 핑계다. 확실한 건 KT는 아직 가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은 막내팀이었다는 것이다.
KT 조범현 감독은 SK전을 앞두고 "전력으로 따지면 정말 불안한 부분이 많다. 야수들이 제대로 공을 던지지도 못한다. 어이없는 곳으로 송구를 하는 장면들을 보면 '아직 갈 길이 멀구나'라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고 했다. 신인급 선수들이 대부분인 막내구단 감독으로서의 괜한 엄살이 아니었다. 최근 아마추어 선수들의 실력 격차가 기존 프로선수들과 비교해 점점 커지고 있다는 현실은 누구나 안다. 아마추어에서 이름을 날렸다는 선수들도 프로 유니폼만 입으면 중학생 선수처럼 되고 만다. KT의 한 관계자는 "냉정하게 봤을 때, 상위 지명 선수들도 기존 프로 경험이 있는 2차 드래프트, 트라이아웃 출신 선수들과 비교하면 많이 밀리는게 현실"이라고 진단한다.
실제 SK와의 경기에서 많은 허점이 드러났다. 타격 부진은 이해할 수 있다. 아직 변화구 대처 능력이 부족한 선수들인데다, 방망이라는 것은 기복이 있는게 당연하다. 가장 큰 문제는 수비다. 정면으로 날아가는 타구는 어느정도 잘 잡아냈지만 타구 난이도가 조금만 올라가면 내-외야 모두 헤매는 모습이었다. 특히, 약속된 중계 플레이 등에서는 프로팀 답지 않은 허점을 자주 노출하기도 했다. 조 감독은 "아직 제대로 된 팀이 아니다. 내야를 보던 친구가 외야에 가있고 하다보니 수비 조직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현실을 인정했다.
조 감독의 또 하나 큰 고민은 불펜. 이날 경기 선발로 등판한 신인 박세웅은 씩씩하게 공을 던지며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나머지 불펜 투수들은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이지 못했다. 조 감독은 "불펜 투수들 직구 구속이 140km가 안나온다. 한 시즌을 치러야 하는데 큰일"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80일이 넘는 한국, 미국, 대만 전지훈련 동안의 성과는 없었을까. 조 감독은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훈련을 선수들이 처음에는 버티지도 못했다. 그만큼 기본 체력조차도 없었던 선수들"이라고 하면서도 "힘든 시간을 이겨내더니 지금은 주어진 훈련들은 성실하게 다 소화해내는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조 감독의 말 속에 KT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점이 제시돼있다. 단순히 훈련을 소화하는 체력과 능력을 키운게 무슨 대단한 성과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시간들을 통해 KT 선수들은 앞으로 진정한 프로선수로 거듭나기 위한 초석을 다졌다. 어차피 퓨처스리그 1년 동안의 성적은 큰 의미가 없다. 실전 경험을 쌓으며 그 초석 위에 자신의 존재가치를 내뿜을 수 있는 내실을 다지면 된다. 진정한 가치 평가는 내년 시즌 1군 무대에서 받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말이 있다. 지금 KT 선수단에 꼭 필요한 메시지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