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는 일부러라도 안챙겨리고 하죠."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포수는 많았다. 하지만 박경완이라는 포수만큼 공-수 양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 선수가 있었다. 박경완이 지난 5일 공식 은퇴식을 치르며 선수로서 마지막 눈물을 흘렸다. 한국프로야구 전설로 남을 박경완이지만 지금은 SK 와이번스의 퓨처스팀을 맡고있는 초보 감독일 뿐이다. 많은 것들이 생소할 때다. 초보 감독으로 살아가는 박경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SK와 KT 위즈의 퓨처스리그 경기가 열린 8일 수원 성균관대구장. 박 감독은 원정팀 감독이지만 일찌감치 경기장을 찾았다. 자신의 영원한 스승 조범현 감독이 이끄는 KT와의 첫 경기였기 때문. 91년 코치와 선수로 첫 만남을 시작한 뒤 흐른 시간이 23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인데, 그 사이 조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감독이라는 자리에 올랐으니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었다.
박 감독은 "지도자, 감독 자리가 얼마나 힘든 자리인지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은퇴식의 여운? 그런건 생각할 겨를도 없다"라고 하며 "훈련, 경기로 하루를 보내고 나면 정신이 멍해진다. 선수 때와 비교하면 아프지 않은 것, 경기 끝나고 치료받지 않아도 되는 것은 좋지만 그 스트레스가 요즘은 전부 머리쪽으로 밀려온다"고 밝혔다. 선수 때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고, 포수로서 투수들만 잘 챙기면 됐기에 정신적으로는 조금 더 편했다. 하지만 감독은 다르다. 한 팀의 수장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세세하게 체크하고 어떻게 선수들을 발전시킬지 고민해야 한다. 구상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되지 않기 때문에 감독 자리가 어렵다. 박 감독은 "내가 원하는 눈높이에 맞춰 선수들을 바라보면 안된다. 그건 욕심이다"라고 말하면서도 "기대하는만큼 완성이 되지 않으니 머리가 아프다"는 고충을 털어놨다.
주변에서는 "박경완 감독이 부임했으니 이제 SK는 포수 왕국이 되겠다"는 얘기들을 하곤 한다. 아주 일리 없는 말은 아니다. 훌륭한 실력을 갖춰던 선수가 지도자가 돼 그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해준다면, 그만큼 좋은 일은 없다. 하지만 박 감독은 "특히, 포수들은 내가 더 챙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슨 뜻일까. 박 감독은 "당연히 내가 지도해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 하지만 감독 말고 포수들을 지도하는 배터리 코치님이 계시다. 나와 지도 방향이 다를 수 있다. 종종 코칭스태프와 의견 조율이 안될 때도 있다. 하지만 담당 파트 코치님들의 권한을 존중해드리는게 감독의 역할이다. 동시에 다른 두 사람이 다른 방법으로 이것저것 얘기를 한다면 선수들도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SK 2군은 현재 박철영 배터리 코치가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다.
감독의 권위도 내려놨다. 물론, 2군 경기이기에 여러모로 환경이 열악해서였을 수도 있지만 박 감독은 훈련 중 직접 배팅볼을 던지고, 타격 훈련을 위해 공을 토스해주는 등 뜨거운 햇빛 아래서 구슬땀을 흘렸다.
감독으로서는 초보지만,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박 감독이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