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5 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챔스) 티켓 마지막 한 장의 행방이 묘연해졌다. 6일 밤(한국시각) 영국 리버풀 구디슨파크에서 열린 2013-1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3라운드에서 에버튼이 아스널을 3-0으로 완파했다. 한 경기 덜 치른 5위 에버튼의 승점이 63, 4위 아스널의 승점은 64. 꾸준히 추격해온 에버튼은 2005년 이후 또 한 번 챔스 진출의 꿈 앞에 섰고, 한때 우승권에서 다투던 아스널은 챔스권도 간당간당하게 됐다.
아스널은 수비가 너무 안 됐다. 측면 수비가 옆으로 벌리는 상대 공격수를 잡으려 했고, 중앙 수비가 거리를 좁히기 위해 그쪽으로 움직였다. 중-고등학생들에게 가르치는 플랫4의 수비법, 즉 '상대의 볼 투입과 쇄도에 맞서 동료와의 간격을 유지하라'는 기본적인 움직임이었다. 에버튼이 실제 볼을 보내지 않을 것임에도 옆줄 가까이로 넓게 움직인 건 그만큼 아스널 수비를 끌어내기 위함이었다. 측면 깊숙이 움직인 에버튼 자원 한 명은 사냐뿐 아니라 메르테사커까지 종종 유인했고, 메르테사커-베르마엘렌 사이의 공간엔 패스가 들어갈 틈이 생겼다(아래 자료화면 참고).
전반 초반, 네이스미스가 사이 공간을 직접 파고들어 찬스를 잡았다. 그리고 10분도 채 안 돼 똑같은 루트를 통해 골을 터뜨렸다. 측면에서 볼을 잡은 베인스는 굳이 사냐와 메르테사커에게 둘러싸여 '죽은 공간'에 놓인 미랄라스를 고집할 필요가 없었다. 왼발에서 뿜어내는 패스가 자신이 있었던 만큼 메르테사커-베르마엘렌 사이를 바로 찔렀고, 루카쿠를 뒤에서 따라간 몬레알은 슈팅을 제어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도 네이스미스는 반대로 돌아가는 2차 움직임을 충실히 가져갔고, 슈체츠니의 몸을 맞고 나온 볼을 리바운드 슈팅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뽑아냈다.
한 점 뒤진 아스널은 방황했다. 오스만이 부상으로 나간 뒤 바클리-베리-맥카시로 구성된 상대 중원으로의 진입을 좀처럼 이뤄내지 못했다. 아르테타-플라미니가 볼을 앞으로 보내지 못하자, 카소를라나 로시츠키가 내려와 볼을 받아서 올라가려는 시도가 눈에 띄었다. 하지만 비가 내린 기상 탓이었는지, 수비형 미드필더 라인의 볼 터치가 상당히 불안해 이마저도 재미를 보지 못한다. 첫 번째 터치로 확실히 키핑하지 못한 이들은 튀어 나간 볼에 대해 불필요한 도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볼을 빼앗겨 역습을 맞았을 때에는 루카쿠의 왼발에 헌납한 두 번째 실점같은 장면이 나왔다.?
2-0으로 시작한 후반전, 아스널은 왼쪽 측면에 공을 들인다. 포돌스키와 몬레알을 앞뒤로 배치한 아스널은 해당 진영에서의 템포를 살려나갔고, 왼발잡이 둘을 둔 효과를 톡톡히 봤다. 왼쪽 측면에서 드리블을 치다가 한 번 꺾어 오른발 크로스를 시도할 때와는 달랐다. 깊숙한 지점까지 올라가 제공한 왼발 크로스는 에버튼 골키퍼 하워드의 수비 범위를 시험했고, 수비진을 긴장케 했다. 설상가상 수비 진영에서 ?볼을 오래 끌며 군더더기를 남긴 에버튼은 상대 전방 압박의 표적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터질 한 골의 향방이 오늘 경기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었다.
우리가 확인한 건 아스널의 추격골이 아닌 에버튼의 쐐기골이었다. 이 장면 역시 두 번째 실점과 마찬가지로 아래 진영에서 볼을 빼앗긴 게 화근이었다. 사냐를 떠난 볼은 미랄라스가 운반했고, 네이스미스가 출중한 움직임으로 힘을 보탰다. 베르마엘렌의 등 뒤로 인정사정없이 파고들었던 침투는 슈체츠니의 전진을 야기했고, 세컨볼 싸움에서 발을 뻗은 아르테타의 발에 자책골이 나온다. 챔벌레인이 크로스바를 맞히기도 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안갯속에 가린 '챔스 티켓'은 어디로 향하는가. 지난 16년 연속 어떻게든 챔스 무대를 밟았던 아스널이 '강력한 도전자'를 만났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