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주(24·포항)에게 지난 겨울은 유독 추웠다.
불과 반년 전만 해도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포항의 더블을 견인하면서 K-리그 간판 미드필더로 떠올랐다. 그러나 한 순간 추락했다. 태극마크는 아이러니였다. 지난 1월 A대표팀의 미국 전지훈련 중 치러진 A매치 3경기에 모두 나섰다. 하지만 겉돌았다. 활발한 움직임과 스피드, 패싱력을 앞세운 당찬 플레이가 증발했다. 분주히 그라운드를 누벼도 소득이 없었다. 뛰어난 볼 키핑 능력으로 상대 수비수 1~2명은 우습게 제쳤던 것과 달리 번번이 볼을 빼앗겼다. 비난의 화살이 쏠렸다. 이명주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해맑은 표정도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소속팀 포항에서도 부진은 계속됐다. K-리그 클래식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초반 이명주의 팀 기여도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홍명보호에서의 부진과 별반 다름없었다. '이명주도 한 물 갔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바닥을 쳤다. 이명주가 살아나고 있다. 이명주는 6일 광양축구전용구장서 열린 전남과의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6라운드에서 1-1 동점이던 후반 31분 호쾌한 헤딩골을 기록했다. 문창진이 전남 진영 왼쪽에서 올려준 왼발 크로스를 정확하게 이마에 갖다대면서 백전노장 골키퍼 김병지의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오랜만에 터진 헤딩골에 본인도 놀랐다. 이명주는 양 손바닥으로 번갈아 이마를 치는 '마빡이 세리머니'로 서포터스와 기쁨을 나눴다. 5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3골-5도움)였다. 불과 3분 뒤 전남 이종호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역전승 일등공신' 기회를 놓친 게 못내 아쉬웠다.
이명주의 부활은 홍명보호의 막판 경쟁구도를 뜨겁게 달구기에 충분하다. 미국 전지훈련과 지난 3월 그리스전을 거치면서 대표팀 더블 볼란치 자리는 윤곽이 잡히는 듯 했다. 기성용이 한 자리를 꿰찬 가운데 한국영-박종우가 경쟁하는 구도였다. 하지만 앞서 기성용과 호흡을 맞춰 좋은 모습을 보였던 이명주가 가세하면 경쟁구도는 다시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막판까지 경쟁을 강조하고 있는 홍명보 감독 입장에선 이명주의 부활은 기분좋은 소식임에 틀림 없다. 광양=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