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수 122개에 나흘 휴식후 등판. 첫 등판처럼 완벽한 호투를 바랐던 것은 무리였을까.
KIA 타이거즈 양현종은 지난 1일 광주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홈개막전서 선발등판해 8이닝 동안 5안타 무4사구 무실점의 환상적인 피칭으로 챔피언스필드 첫 승리투수의 영광을 누렸다. 당시 122개의 피칭으로 승리의 의지를 보였다. 그리고 나흘 휴식 후 5일째인 6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로 나섰다. KIA 선동열 감독은 6일 경기전 양현종에 대해 "그때 잘 던졌는데 122개를 던지고 5일 만에 등판하는 것이라 어떨지 봐야한다고 했다. 이어 "그때 7회까지만 던지게 하려고 했는데 본인이 던지겠다는 의지가 워낙 강해 8회까지 던지게 했었다"고 말했다. 당시 7회까지 0-0이었고 KIA는 8회말 상대 실책을 등에 업고 결승점을 뽑아 1대0의 승리를 거고 8회까지 던진 양현종이 승리투수가 됐다.
양현종은 초반 5일 전과 같이 위력적인 공을 뿌렸다. 1회말 최고 147㎞까지 찍은 양현종은 2회말엔 149㎞의 빠른 공을 뿌리며 두산 타자들과 상대했다. 1회말 선두 민병헌에게 볼넷을 줬지만 안타없이 잘 막은 양현종은 2회말엔 삼진 2개를 잡아내며 무실점 행진을 했다. 3회말엔 김재호에게 내야안타를 내주고 희생번트로 2루까지 주자를 뒀지만 범타처리로 무실점. 하지만 투구수 60개가 넘어간 4회부터 두산 타자의 방망이에 공이 맞기 시작했다. 선두 고영민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패스트볼로 주자를 2루에 놓은 상황에서 5번 홍성흔에게 좌중간 안타를 맞고 1점을 내줬다. 2사후 허경민에게 중전안타를 맞고 1,2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김재호를 유격수앞 땅볼로 아웃시키며 4회를 종료. 5회말엔 정수빈과 민병헌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무사 1,2루의 위기를 맞았다. 2번 오재원을 삼진으로 잡아냈고 3번 고영민에게 유격수앞 땅볼을 유도해 병살로 끝내는 듯 했지만 고영민의 발이 빨라 세이프되며 그사이 3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김현수의 행운의 안타와 볼넷으로 2사 만루의 위기까지 몰렸지만 양의지를 146㎞의 빠른 공으로 삼진처리하며 5회를 마무리. 99개의 공을 던진 양현종은 6회말 한승혁으로 교체됐다.
정타가 별로 없을 정도로 양현종의 구위는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제구는 5일전 NC전만큼은 아니었다. 컨트롤이 흔들리면서 볼이 많아지다보니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승부를 할 수밖에 없었고, 안타를 내주고 힘든 게임을 했다.
122개의 피칭이 제구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한국 프로야구에서 5일 등판은 한달에 한번 정도에 불과하다. 시즌 시작하자 마자 첫 경기서 122개를 던지고 곧바로 5일 만에 다시 좋은 컨디션을 보이기란 쉽지 않다. 많은 공을 뿌리며 뭉쳤던 근육이 다시 풀어지는데 시간이 필요한데 시즌 초반엔 더욱 그러하다. 5이닝을 2실점으로 막은 것마저 양현종이었기에 가능했을 수도 있다.
양현종에 맞선 유희관 역시 지난 1일 목동 넥센전 등판 후 5일만에 마운드를 올랐다. 1일엔 100개의 피칭으로 5⅔이닝 동안 10안타 3실점을 했지만 이날은 82개의 공으로 7이닝을 던졌다. 안타를 5개 맞았고 그 중 3개가 2루타였지만 실점은 1점에 불과했다. 5일전엔 몸쪽 제구가 잘 되지 않으며 안타를 많이 허용했던 유희관은 이날은 좌우 제구가 예전대로 잘 이뤄졌다. 구속도 최고 135㎞로 보통 때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5일 등판의 여파는 있었다. 4-1로 크게 앞선 7회초 나지완에게 던진 공이 높게 오면서 2루타를 허용했고 이어 필에게도 안타를 맞으며 1점을 내줬다. 투구수 70개가 넘어가자 제구가 좋지 않았다. 7회까지 82개의 공만 던져 완투도 노려볼만 했지만 아무래도 5일만의 등판에 대한 피로가 있어 일찍 교체됐다.
시즌 첫 등판에서 명암이 엇갈린 둘의 두번째 등판은 반대가 됐다. 유희관은 시즌 첫승을 신고했고, 양현종은 첫 패배를 안았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