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만 무성하던 '롯데 맥주'의 실체가 밝혀졌다. '클라우드(Kloud)'라는 이름은 거품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K는 한국이다.
시험 맥주로 나온 생맥주를 입에 머금자 거품이 인상적이었다. 밀도가 높은 잔거품이 꽤 오래 맥주잔에 머물렀다. 시원하고 가벼운 느낌이 나는 국산 맥주보다 '웨팅어'같은 독일 정통 맥주와 약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좀더 깊고 진한 맛이었다. 알코올 도수가 5도여서 4.5도 내외인 다른 국산맥주와는 미세한 차이가 있었다.
롯데주류(롯데칠성음료의 사업부문)는 지난 4일 충북 충주시 롯데 맥주 공장에서 클라우드를 공개하고 시음회를 가졌다. 클라우드는 맥주 거품을 뜻하는 '구름(cloud)'의 앞글자와 한국(Korea)의 'K'를 결합시킨 신조어다. 우창균 롯데주류 마케팅 이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맥주가 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롯데주류는 독일, 체코 등 유럽 맥주의 생산 방식인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알코올 도수 5도짜리 원액을 숙성시킨 뒤 바로 담아낸다. 약간 진한 원액에 처리수(정제수)를 더하는 다른 국산맥주와 차별화를 꾀했다.
롯데 한 관계잔느 "맥주와 롯데월드타워는 회장님(신동빈)의 숙원사업"이라는 말도 했다. 가장 확실한 기술, 가장 좋은 원료를 찾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롯데주류는 원료를 분쇄하고 저장고에서 맥주를 숙성시키는 데 필요한 설비를 독일에서 직접 들여왔다.
현재 국내에서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을 사용해 맥주를 생산하는 기업은 롯데주류가 유일하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알코올 도수 6~7도의 원액을 만든 뒤 물을 넣어 4.3~4.5도로 맞추는 '하이 그래비티' 공법으로 카스와 하이트를 만든다.
롯데주류는 일단 수입 맥주 1위인 아사히와의 경쟁을 염두에 두고 있다.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것)용 맥주는 아니고 맥주 본향의 맛을 강조했다고.
롯데주류는 4월말부터 클라우드를 시판한다. 올해 생산량은 5만kL로, 1억병(500mL기준) 수준이다. 업계 1위인 오비맥주의 생산량(2012년 128만kL)과 비교하면 3.9% 정도다. 풀가동을 해도 국내 점유율의 2.5% 수준이다. 오는 8월 설비를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늘리고 2017년까지 7000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증설, 생산량을 10배까지 늘린다. 롯데주류는 공장 증설이 완료되면 클라우드의 국내 시장 점유율을 20%대로 예상하고 있다. 가격은 카스와 하이트, 수입 맥주의 중간수준으로 예상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