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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던 킬러들, 드디어 기지개를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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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킬러'로 평가받기 위해선 한시즌 10골 이상은 터뜨려줘야 한다. 지난 시즌 이 바로미터를 넘긴 골잡이들은 '골신' 데얀(전 FC서울) 김신욱(울산·이상 19골) 페드로(전 제주·17골) 케빈(전 전북) 김동섭(성남·이상 14골) 이동국(전북·13골) 하피냐(울산·11골) 정대세(수원·10골) 등 8명이었다. 이들은 올시즌 득점왕 레이스를 후끈 달굴 후보이기도 했다.

시즌 초반 구도는 살짝 바뀌었다. 데얀, 페드로, 케빈 등 쟁쟁한 외국인 스트라이커들이 K-리그 무대를 떠났다. 중국 슈퍼리그와 일본 J-리그 팀으로 둥지를 옮겼다. 이들을 대체할 외국인 공격수는 영입되지 않았다. 재정 한파 속 클래식 팀들이 허리띠를 졸라맨 탓이었다. 득점왕 경쟁은 토종 킬러들의 장으로 바뀐 모양새다.

하지만 지난 시즌 득점 레이스를 주도했던 '킬러'들이 좀처럼 동면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은 김동섭은 4라운드까지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했다. 이동국과 정대세도 부상과 경기력 부진으로 4경기 연속 골맛을 보지 못했다.

'진격의 거인' 김신욱만 예외였다. 독보적 행보를 펼쳤다. 지난 8일 포항과의 시즌 개막전을 포함해 5경기에서 5골을 폭발시켰다. 특히 지난 29일 FC서울과의 5라운드 홈 경기(2대1 승)에선 시즌 첫 멀티골(4, 5호)을 쏘아올리기도 했다.

지난 주말, 잠자던 또다른 '킬러'들이 기지개를 켰다. 이동국과 정대세가 드디어 시즌 마수걸이 골을 신고했다. 순도 높은 골이었다. 이동국과 정대세는 성남FC와 부산 아이파크를 상대로 나란히 결승골을 터뜨리며 해결사다운 모습을 과시했다.

이동국과 정대세가 김신욱의 독주 체제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향후 득점 레이스가 더 재밌게 흐를 것으로 보인다. 전형적인 '슬로스타터'로 평가받고 있는 이동국의 발끝은 이번 시즌 그렇게 무디지 않다. K-리그에선 마수걸이 골이 다소 늦었지만,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선 이미 3골을 몰아쳤다. 무엇보다 지난 시즌보다 더 많은 도우미를 확보하고 있다. 브라질 출신 레오나르도가 건재하고, 한교원 김인성 김남일 등 이적생들이 이동국의 득점 행진을 도울 것으로 보인다.

정대세의 미래도 밝다. 팀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아직 조직력이 불안한 상황이지만, 수원은 5경기 만에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승리의 보약을 먹은 선수들이 자신감을 보일 경우 팀 플레이가 살아나 정대세에게 더 많은 득점 찬스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도 포항과 경남의 최전방을 담당하는 고무열과 스토야노비치도 지각 첫 골로 이름 값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동안 체력과 감각에 문제를 보였던 고무열은 지난 22일 수원전 이후 26일 전북전에선 아예 출전 명단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슬럼프는 길지 않았다. 29일 상주전에서 선제골을 넣으며 득점왕 레이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12~2013시즌 세르비아리그 FK 야고디나에서 19골로 득점왕에 오른 스토야노비치도 30일 제주전에서 동점골을 터뜨리며 서서히 킬러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